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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고쳐주고 공부 돕고 … 방황 청소년 부모로 3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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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권오주(63·사진) 범죄예방위원 전국연합회 부회장은 19일 “여생도 법질서 지키기와 봉사에 힘쓰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히 받겠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그는 “남달리 한 일이 없는데도 상을 받게 됐다”면서 겸연쩍어했다.

 권 부회장이 범죄예방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1982년. 섬유제조업에 뛰어들어 왕성한 사업활동을 할 때였다. 지인으로부터 사업만 하지 말고 어려운 사람들도 돌아보라는 조언을 듣고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그해 범죄예방자원봉사위원을 맡으면서 관심을 쏟게 된 이들은 부모를 잃고 방황하는 청소년이었다. 부모 울타리가 없어 범죄 유혹에 빠져들기 쉬운 아이들을 돕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 역시 아이를 둔 30대 가장이라 부모 없는 아이들의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니 “사업가가 무슨 봉사활동이냐”며 곱지 않게 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돈이 아닌 봉사에 청춘을 다 바쳐보겠다”는 마음은 굳어져 갔다. 그렇게 30년을 지내면서 그는 이제 40대 가장들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기도 한다고 했다. 권 부회장은 “비가 새는 지붕을 고쳐주고 공부를 도와줬던 아이들이 성공해 사회에 진출했다는 편지가 올 때가 제일 행복하다”고 했다.

 10년 전부터는 주례도 맡고 있다. ‘새생활 결혼식’이라 불리는 결혼 후원 프로그램에 직접 주례로 참석하는 일이다. 한때 잘못된 길에 접어들었던 사람들이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안착할 수 있게 돕는다면 범죄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에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과 함께 결혼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껏 그가 주례를 선 부부는 모두 40여 쌍. 다음 달 21일에도 8쌍의 화촉을 축복하러 단상에 선다고 했다. 그는 “‘서로 이해하고 존경하면서 아껴주자’는 재미 없는 이야기만 하는데도 나중에 부부들이 찾아와 고맙다고 할 때가 보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행 청소년의 교화활동을 지원하고 37명의 아이에게 일자리를 알선해 성공적 사회 복귀를 도왔다. 또 소년소녀가장 등 불우 청소년들에게 생활 보조금 등 8억2567만원을 지원했다. ‘푸른마음 장학재단’을 통해선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제공하고 있다. 권 부회장은 “최근 장애아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다룬 영화 ‘도가니’를 보고 아동 성폭력 예방에 대해서도 힘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마음 놓고 아이들이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국민훈장 동백·목련·석류장 (4명)

◆동백장=윤원식(58·고양지역협의회 덕양지구 회장)씨는 1986년 6월부터 24년 동안 비행청소년 38명을 선도하고 출소자 10명과 결연해 사회복귀 지원활동을 벌여왔다. 2003년 3월 범죄예방위원회(범방) 덕양지구회장으로 선임돼 선도유예자 일대일 결연 및 청소년 유해환경 감시활동을 주도했다. 고양보호관찰소에 사회봉사자용 자체 농장인 ‘사랑나눔터’(밭 3309㎡, 10억원 상당)를 무상으로 임차해주고 보호관찰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6676만원을 쾌척했다.

◆목련장=한상길(59·청주지역협의회 위원)씨는 96년 2월부터 보호청소년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하면서 청주소년원 출소 비행청소년 13명과 결연, 재범방지에 주력해 왔다. 선도유예학생·소년원생은 물론, 소년소녀가장·결손가정·장애인 등 불우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및 후원금 1억8000여만원을 지원했다. 범죄예방위원회, 어린이재단, 충청북도공동모금회, 충남대 상임감사 등을 지내며 사랑의 바자회 후원 결식아동 돕기, 노숙자 무료 진료 등 지역사회 발전에 헌신했다.

◆목련장=김건종(62·안동지역협의회 고문)씨는 82년 2월 대구지검에서 소년범 선도 보호 및 재범방지를 위한 상임선도위원으로 위촉된 이후 선도유예대상자 62명을 위탁받아 지도해왔다. 89년 상임선도위원협의회장, 97년 범방 안동지역협의회 부회장, 2008년 안동지역협의회장으로 선임돼 지속적으로 협의회 운영·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안동보호관찰소와 협력해 효행상 시상을 위한 장학금으로 1억1660만원을 냈다.

◆석류장=김명환(66·장흥지역협의회 고문)씨는 90년 1월 광주지검 장흥지청 청소년 선도위원에 위촉된 이후 비행청소년 선도사업에 앞장서 왔다. 본인 출연금을 포함해 9억3300만원의 자금으로 장학재단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2000년 1월~2006년 12월 범죄예방위원 장흥지역 협의회장직을 맡으면서 매년 1000만원씩을 기탁, 청소년 백일장 대회 입상자들에게 장학금으로 지급했다. 독거노인,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 및 문신제거수술 등으로 모두 1억2590만원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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