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벅 쇼월터 감독의 고뇌

중앙일보

입력

언론과 팬들의 힘이 J.LEE 에 이어 B.KIM을 만들 수 있을까?

"바람의 아들" 이종범. 한국의 간판 타자로 군림하다 주니치 드래건스로 이적한 그가 올시즌 초 1군이 아닌 2군에서 시즌을 맞이할지 과연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지난 시즌에 보여준 기대 이하의 성적이 주요 이유였겠지만 주니치 드래곤스가 메이저리그 출신 딩고를 영입한 것이 그의 2군 추락에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수주 삼박자를 갖췄다는 한국 최고의 타자 이종범이라 해도 스스로 대세를 바꾸지는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종범은 이에 굴하지 않고 2군 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보이며 비장의 칼날을 갈았다. 때마침 거액의 몸값을 주고 데려온 딩고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날 기미를 보이지 못하자 "딩고를 내리고 J.LEE를 올리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언론까지 합세하며 결국 끝까지 버티던 호시노 감독도 손을 들고 만다.

이때부터 이종범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가 합류하자마자 팀은 연승가도를 달리기 시작하며 꼴지에서 탈출해 그의 복귀에 따른 특수효과를 누리더니 어느새 요미우리 자이언츠에 반게임 뒤진 센트럴 리그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주니치의 성적이다. 딩고는 갔고 이가 돌아온 것이었다.

이즈음 미국 프로야구판에도 이종범과 딩고의 재연이 일어날 조짐이 일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과 맷 맨타이.

맨타이는 디백스 소방수로 지난해 팀을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킨 일등공신인데 비해 김병현은 시즌 개막전까지 빅리그 진입도 장담 못하던 풋내기 2년차,

하지만 둘의 운명은 시즌이 시작되면서 180도로 바뀌고 만다.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출중한 활약덕에 빅리그 엔트리에 포함된 김병현은 상대타자들에게 공포의 투수로 떠오르며 연일 삼진 행진으로 팬들에게 강한 인식을 심어준데 비해 맨타이는 부상으로 마이너리그와 빅리그를 오가며 이렇다 할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만 것.

그러나 이런 성적과는 무관하게 현재 디백스의 마무리 자리엔 맨타이가 버티고 서있다. 맨타이가 비록 최악의 성적으로 팀을 번번히 위기에 빠트리며 끝이 보이지 않는 밑바닥을 치고 있지만 벅 쇼월터 감독은 아직 그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못한 모양이다.

한편으로는 이럴 수 밖에 없는 감독의 심정도 이해가 된다. 지난해 거액을 들여 데려온 맨타이를 지난해에만 써먹고 내치기에는 아까울 뿐더러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자신의 발등을 찍는셈이다.

또한 김병현이 비록 최근 눈부신 성적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검증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맨타이에게 자칫 소홀히 했다가는 나중에 큰코 다칠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팬들은 감독의 이런 속타는 사정에는 관심없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 경기에서 잘 던지던 김을 빼고 기어이 맨타이를 마무리로 올려 경기장에 찾아온 팬들을 맥빠지게 만들면서 벅 쇼월터 감독을 향한 비난이 극에 달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의 유력 스포츠지에 김병현에 대한 찬사가 하루 건너 장식되며 벅 쇼월터 감독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럼 과연 이 시점에서 벅 쇼월터 감독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까?

먼저 팀과 팬 모두를 생각하는 운영의 묘를 보여줘야 할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맨타이=마무리"등식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한명에게 확실히 맡겨보는 전략이 필요할 듯 싶다.

즉, 굳이 김을 뺄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맨타이를 올려보내 화를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김과 맨타이 둘 모두에게 기회를 줘 진검의 승부를 가리게 하는 동시에 팀 입장에서도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최종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지름길인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벅 쇼월터 감독이 강심장이 아닌 이상, 또한 팬들의 목소리를 간과하지 않는 이상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장 벅쇼월터 감독의 달라진 마운드 운용을 한명의 팬으로서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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