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안보 → 경제 ‘클릭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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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폴리 찾은 클린턴 18일(현지시간) 리비아 트리폴리를 전격 방문한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미군 C-17 군용기에서 내려 리비아 시민군과 악수하고 있다. 그는 방문 중 무스타파 압둘잘릴 위원장을 비롯한 과도국가위원회 인사들과 만나 미국의 새로운 지원책을 제시할 방침이다. [트리폴리 AP=연합뉴스]

미국 외교의 중심축이 안보에서 경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외교정책의 사령탑인 힐러리 클린턴(사진) 국무장관이 직접 ‘클릭 이동’을 선언했다.

 클린턴 장관은 한·미 정상회담 다음 날인 14일(현지시간) 뉴욕의 한 경제클럽 연설에서 “외교정책의 중심을 이제 경제에 맞춰야 할 때”라며 “미국은 국가 경제를 강화하기 위해 외교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창했다. 주변 국가로부터 배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폈다. 그는 “이미 인도나 브라질 같은 신흥 경제강국들은 외교정책의 중심에 경제를 놓고 ‘어떻게 하면 외교가 경제에 도움이 될까’를 최우선 순위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 1945년부터 8년간 재임한 트루먼 전 대통령의 발언도 인용했다.

 클린턴은 “트루먼 전 대통령은 외교와 경제를 분리시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며 “전후 세계를 이끌기 위해선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경제력을 키우기 위해선 친구는 물론이고, 심지어 어제의 적조차도 외교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를 창출하고 이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G2 국가로 급부상하는 중국을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클린턴의 연설은 곧바로 실행모드로 옮겨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세계 경제 위기를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고 외교정책에 경제를 접목하기 위해 백악관에만 있는 ‘경제수석(Chief economist)’ 자리를 신설하고 인물을 물색하고 있다. 클린턴은 뉴욕 연설 다음 날인 15일 전 세계 공관에 경제 강화기조를 실천하라고 훈령을 내렸다. 국무부 주도로 6명의 주지사 사절단을 중국에 보내 베이징 시정부 고위층과 투자방안을 논의하는 이벤트도 추진하고 있다.

 한편 클린턴 장관은 17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16년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자 “노(NO)”라고 답했다. 지난주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2012년 출마 가능성에도 같은 답을 했다.

클린턴은 “나는 국가를 위해 이만큼 봉사할 기회를 가진 것으로 만족한다”며 “(장관을) 그만둔 뒤에는 집필이나 교육,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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