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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기 사고는 비켜갔지만 … 사저에 무너진 ‘MB 그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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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인종

김인종 청와대 경호처장이 사의를 표명한 건 경호처가 내곡동 사저 계획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때부터 재임해 온 김 처장은 육군 대장 출신이다. 군 출신 역대 경호 수장 중 가장 계급이 높다. 제주도 출신으로 육사 24기인 그는 국방부 정책기획관, 정책보좌관을 지낸 작전통이며 수도방위사령관도 지냈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경호실이 경호처로 ‘격하’되는 바람에 역대 수장(14명) 중 가장 직급(차관급)은 낮은 수장으로 지냈다.

 올 초 이명박 대통령 전용기가 서울공항을 떠났다가 기체 결함 탓에 인천공항으로 회항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적이 있다. 경호 책임자인 김 처장에 대한 인책론이 나올 법도 했으나 그에 대해선 청와대 내부에서 인책론조차 제기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북한의 연평도 도발 직후 이 대통령이 “확전을 자제하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을 빚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확전 자제’가 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청와대 대변인에게 전달한 사람이 김 처장이란 주장이 나왔었다. 여권 내에선 “군(軍) 인사 개입을 일삼고 있다”(정두언 한나라당 의원)는 비판적 얘기도 나왔다. 하지만 그는 건재했다. 그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이 그만큼 깊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나 된 충성 영원한 명예” “국민과 함께하는 경호”를 내세웠다. ‘의리의 돌쇠형’이란 평을 들을 정도로 선이 굵은 스타일의 그를 이 대통령은 아꼈다. 그런 김 처장이지만 이 대통령 임기 4년차를 넘기지 못하게 됐다. 청와대에선 “이 대통령과 임기를 마칠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는 반응과 함께 “뼛속까지 군인이다 보니 정무적 판단에서 미흡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호처는 이 대통령의 기존 사저인 논현동이 주변에 높은 건물이 많아 경호에 부적절하고 땅값이 비싸 못 사는 만큼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고 판단하고 부지 매입을 주도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에선 “논현동이 불가하다면 어디를 사야 할지, 누구 명의로 해야 할지에 대해 정무적 판단이 필요했는데 경호처가 경호처 시각으로만 판단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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