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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피한 내부거래 많은데 … 공정위, 고려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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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지적한 대기업들은 속이 편치 않은 기색이다. 단순한 현황자료라고는 하지만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쏠린 시선이 부담스러운 데다 정치권과 정부의 견제도 본격화하고 있어 ‘불똥’이 어떻게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시스템통합(SI)·광고·도매·부동산업종의 비상장사를 보유한 대기업들이 민감한 반응이다. 공정위는 최근 SI·소모성자재구매(MRO)·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다고 지적된 계열사들은 모두 모기업을 지원하는 연관 산업”이라며 “SI 업체인 오토에버시스템의 경우 회사의 자체 망을 관리하는 곳이어서 보안이 특히 중요한데 이를 아무에게나 맡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노션의 경우 신차 마케팅을 맡는데 대부분의 세계 자동차회사도 신차 발표는 자회사에 맡긴다”고 말했다.

 대기업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온 STX그룹의 관계자는 “우리는 해운-조선-기계로 이어지는 100% 수직계열화된 그룹”이라며 “계열사 간 거래가 정상적인 사업 활동인 만큼 공정위가 이를 문제 삼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SK그룹은 내부거래 비중이 100%인 것으로 나타난 통신시설 관리업체 네트웍오엔에스에 대해 “아웃소싱을 주다 보니 아무래도 통화 품질이 떨어져 지난해 7월 이를 통합해 만든 회사”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역시 내부거래 비중이 100%인 광고대행사 와이즈벨에 대해 “연매출 70억원의 소규모인 데다 올 7월 청산됐다”고 말했다.

 재계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건 사업구조나 영업기밀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공정위 조사는 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권혁주·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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