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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우 기자의 확대경] 박정권·안치용, 상대 투수 전적이 말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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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허진우
야구팀장

0-3으로 뒤진 4회 초 추격의 발판이 된 1점 홈런을 친 박정권(SK)은 롯데의 선발투수 장원준에게 올 시즌 상대 타율 3할7푼5리(8타수 3안타)를 기록했다. 3안타 중 2개가 장타(2루타)였다.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통념은 박정권과 장원준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4-4로 맞선 7회 초 1사1루에서 나온 안치용(SK)의 역전 2점 홈런 역시 올 시즌 안치용이 강한 면모를 보인 고원준(롯데)을 상대로 나왔다. 안치용은 고원준을 상대로 타율 4할(5타수 2안타)·1홈런을 기록했다.

 특정 타자가 특정 투수에 강한 것은 기술적인 면에서 살펴봐야 한다. 투수의 투구 리듬과 타자의 타격 리듬이 맞아떨어지면 타자들은 좋은 타구를 때려낸다. 그만큼 안타 확률도 높아진다. 타자들이 먼저 안다. 타격 리듬이 맞는 투수를 상대할 때면 자신감이 고조돼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한다. 이런 현상이 반복될수록 타자의 자신감은 커지고 투수들은 위축된다.

 심리적 불안은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를 크게 한다. 불안이 실투를 부르기도 한다. 공이 스트라이크 존 한복판으로 몰린다. 박정권이 볼카운트 2-2에 몰려서도 자신 있는 스윙을 하고 안치용이 초구부터 과감한 스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여기 있다.

 천적 관계가 영원하지는 않다. 이대호(롯데)는 5-6으로 뒤진 8회 말 2사2루에서 정대현(SK)을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쳤다. 이대호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정대현에게 23타수 무안타로 밀렸다. 하지만 올 시즌 6타수 3안타를 쳐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투수와 타자 모두 매년 조금씩 폼에 변화를 주는데 이대호는 노력을 통해 정대현의 투구 리듬에 타격 리듬을 맞춰냈다.

허진우 야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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