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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군지휘부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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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김혁수
예비역 해군준장·초대 잠수함전단장

아들을 군에 보낸 한 어머니가 내 아들 죽지 않게 하는 것이 국방개혁이라고 했다. 전근대적인 신병훈련소, 비이성적인 내무생활, 낙후된 군 의료시설에서 아까운 우리 젊은이가 죽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휘역량을 집중해 뿌리를 뽑아야 한다. 군 상부구조를 바꾼다고 적과 싸워 이기는 것이 아니다. 많은 분야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기본이 안 돼 있는 비상식적인 악습과 부조리가 남아 있는 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합참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작전본부는 합동군사령부 수준으로 편성돼 있다. 합참의장은 육해공군 작전부대를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그럼에도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많은 군사 전문가들이 두 사태는 조직이나 합동성 문제가 아니고 교전규칙 미비도 아니며 지휘부의 리더십 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10년 전에 평시작전권을 이양받았고 2015년에는 전시작전권이 전환되지만 합참이 연합사의 기능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북한의 해·공군 도발이 계속되고 있지만 합참은 특정군으로만 보직돼 있어 해·공군 작전을 지휘할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작전라인에 해·공군 1~2명을 보직한다고 해·공군 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군 전체의 상부구조를 개편할 것이 아니라 작전본부를 육·해·공군 작전지휘가 가능하도록 각군 작전부장을 편성 보직해야 한다. 신임 합참의장은 연합사 부사령관을 역임해 우리 합참이 전시 작전기획과 작전지휘 능력을 신속하게 갖추길 기대한다.

 참모총장이 각군 작전의 최고 전문가라고 하지만 해·공군은 최근 5대째 작전사령관을 거치지 않고 총장직을 수행해 오고 있다. 참모총장은 각군의 전략과 정책 수립, 전력 건설, 각군을 경영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작전은 합참과 작전사에서 수행하고 참모총장은 장차전에 대비한 인재양성과 전력 건설, 작전 지원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과학과 무기체계의 발달은 해·공군이 전쟁을 억제하고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핵심 전력으로 바꾸어 놓았다. 걸프전 이후 각국은 군의 정예화에 초점을 두고 무기체계를 첨단화하며 군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군도 이렇게 미래전에 대비한 군사력 건설과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 새 지휘부는 기본이 된 선진국형 군대를 육성하고, 국민이 더 이상 국가안보에 대해 염려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지휘역량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

김혁수 예비역 해군준장·초대 잠수함전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