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게임 콘솔 설치기술 제공 허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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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니사는 1일 최근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자사게임인 `플레이 스테이션 2'' 포맷을 케이블 TV 박스나 컴퓨터 부품, 심지어 경쟁관계에 있는 게임기와 연관된 디지털 장비들에 설치하기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있을 경우 관련기술 제공을 허가해 주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니 게임부 구타라기 겐 부장은 "플레이 스테이션 2는 외부세계에 개방돼야 한다"면서 "소니의 협력업체들이 모두 우리 기술을 이용하는 문제를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소니 고위층은 이 기술을 언제쯤 외부 협력업체에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

내년초부터 시작될 이 계획은 소니가 자사의 고속 게임인 콘솔을 인터넷을 통해빠른 시일내 확산시킴으로써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니의 이번 조치는 개인용 컴퓨터(PC) 시장 초기의 상황을 연상케 한다. 당시세계적인 컴퓨터 업체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이른바 `복제품 생산업체''들에 PC 관련기술을 개방함으로써 전체적으로 PC 시장의 급속한 저변 확산이라는 결과를 초래했었다.

소니의 이번 조치는 특히 내년 후반기에 인터넷으로 이용이 가능한 암호명 `X-박스''라는 게임기를 시판할 예정인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의식한 조치로 분석된다.

MS측이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 관심을 갖는 것은 소니의 `플레이 스테이션 2''가단순한 게임기 차원을 넘어 PC와 TV 셋톱박스 기능을 갖춤으로써 그간 장악해 온 PC용 소프트웨어와 웹TV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시작됐다.

윈도 98과 윈도 NT를 혼합한 프로그램을 사용하게 될 `X-박스''는 소니의 신상품에 쏟아질 관심을 견제하기 위해 플레이 스테이션 2가 미국시장에 상륙하는 내년 가을께로 출시 시기가 맞춰져 있다.

업계에서는 그간 업종이 달라 부딪힐 일이 별로 없었던 양사가 비디오 게임기시장을 놓고 충돌로 치닫는 것은 비디오 게임기가 PC의 기능을 따라잡고 PC는 거실을 파고드는 큰 흐름을 대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소니의 구타라기 부장은 플레이 스테이션 2가 단순한 비디오 게임기가 아니라 PC보다 더 쉽게 인터넷을 이용하고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라면서소니의 장래가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오락''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소니는 플레이 스테이션 2 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11억6천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디오 게임기 시장은 소니와 닌텐도, 세가 등 일본의 3개 업체가 주도하고 있으며 세가가 소니와 닌텐도를 뒤쫓는 판도로 짜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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