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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천재예술가들 기행 담은〈보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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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온 피카소, 이탈리아에서 온 모딜리아니, 러시아에서 온 샤갈 등 20세기의 미술을 대표하는 화가들이 비슷한 시기에 한 동네에 살았다.

1900~1930년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 언덕 언저리다. 이들은 작가, 음악가, 혹은 모델들과 어울리며 예술의 흐름을 만들고 숱한 기행(奇行)도 남겼다.

프랑스의 소설가 단 프랑크가 쓴〈보엠〉(원제 Bohemes.박철화 옮김.이끌리오.전3권.각권 1만원)은 이들 예술가들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성 장편소설이다.

〈보엠〉이란 체코지역의 유랑민족인 '보헤미안' 에서 유래한 것으로, 세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분방한 예술가들을 뜻한다.

새로운 세기의 시작과 함께 해 몽마르트르에 세기의 예술가들이 모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세기를 마감할 무렵 유럽 각지에서는 갈등과 분쟁이 끊이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던 프랑스는 외국인들에 가장 개방적인 국가이기도 했던 것. 유럽 각지 예술가들은 자유스런 분위기를 찾아 파리로 몰려들었다.

당시 도심재개발 사업으로 빈민들이 쫓겨나 살고 있던 몽마르트르 언덕의 싸구려 건물은 떠돌이 외국인이 자리잡기에 안성마춤이었다.

천재 예술가들이 자유분방한 도시, 말과 뜻이 통하는 친구들과 만났기에 당시 몽마르트르에서 일어났던 일은 곧 20세기 예술사를 이해하는 길목과 같다.

피카소의 경우 19세 되던 해인 1900년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에 작품을 출품하게 돼 파리를 찾았다. 그는 스페인에서 온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살던 몽마르트르에 머물게 됐고, 그 분위기에 끌려 바로 눌러앉게 된다.

젊은 피카소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친구는 카사헤마스라는 친구의 기행. 카사헤마스는 피카소의 모델이자 연인이었던 제르맹을 짝사랑했는데, 한 파티에서 제르맹에게 구혼했다가 거절당하자 피카소가 보는 앞에서 권총으로 자살한다. 이후 피카소의 그림은 화사한 로트레크풍을 벗어나 비극적.내면적인 음울한 분위기로 바뀐다. 흔히 '청색시대' 로 불리는 시기다.

예술가들의 기행, 특히 술과 관련된 기행(奇行)의 압권은 위트릴로. 그는 르노아르나 드가의 모델겸 정부였고, 나중에는 화가이기도 했던 쉬잔 발라동이 낳은 사생아다.

위트릴로는 거의 매일 10리터 가량의 포도주를 마셨으며, 돈이 없으면 데생을 그려 포도주 한 잔과 바꿔 마시기도 했다.

작가는 "이런 무궁무진한 얘기들을 한 권의 책으로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고 말한다. 그래서 작가는 수년간 자료를 모은 끝에 세 권의 분량으로 책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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