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비 뻥튀기’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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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8년 전 재건축 조합이 결성된 서울 송파구의 가락 시영아파트. 당시 시공사가 처음 제시한 예상 사업비는 1조2000억원이었다. 그러나 4년 뒤 사업시행인가 단계에서 사업비는 3조원으로 불어났다. 시공사가 계약을 따내기 위해 설계도면도 없는 상태에서 턱없이 낮은 사업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건축·재개발 사업비가 시간이 지날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공공관리 정비사업 공사표준계약서’가 도입된다. 서울시는 연말께 고덕주공2단지 아파트를 시작으로 아직 시공사를 선정하지 않은 399개 재건축·재개발 구역에 공사표준계약서를 보급한다고 13일 밝혔다.

 공사표준계약서가 도입되면 시공사는 계약을 하기 전에 공사비 산출내역서를 조합에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주민들은 산출내역서에 나온 구체적인 정보를 살펴보고 시공사를 정하면 된다. 또 설계 변경을 해 공사비를 조정할 때도 시공사가 조정산출내역서를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공사비에 포함돼 왔던 이주비 이자 비용도 따로 구분된다. 대부분의 시공사는 주민들이 은행에서 이주비를 대출받을 때 이자를 대신 내주고, 이 비용을 공사비에 포함시켜 왔다. 문제는 설계 변경이나 물가 상승으로 공사비를 인상할 때 공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는 이자 비용도 함께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다. 김승원 서울시 주택본부 공공관리과장은 “재건축·재개발 계약을 할 때는 시공사가 우월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사표준계약서를 만들면 시공사가 주민들에게 부당하게 추가분담금을 요구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한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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