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불륜 '8.3부부' 거주권 인정한 속내, 알고 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최근 북한에 만연한 불륜 부부, 이른바 '8.3부부'를 현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정식으로 거주권을 허용한 것이다. 사실상 불륜을 허용하는, 북한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기이하다. 최근 치러진 지방대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최악이어서다. 김정일은 다른 지방에서 가정을 꾸린 8.3부부들이 거주권이 없어 투표를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다는 것이다. '100% 투표, 100% 찬성'이라는 북한 체제 선전을 위해 북한 체제에선 묵과되지 않는 불륜이 허용되는 희안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7월 24일 실시된 지방대의원선거는 "100% 투표, 100% 찬성'이라는 북한 선거의 원칙을 무너뜨린 최악의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충격을 받은 김정일 정권은 주거지를 이탈해 다른 곳에서 숨어 사는 이들이 많아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을 했다.

요즘 북한은 심각한 생활고 때문에 가정불화로 헤어지는 부부가 많다. 그러나 이혼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북한 분위기 때문에 이들은 혼인 신고가 돼 있는 상태에서 각각 다른 배우자를 만나 또 다른 부부로 산다. 이들을 북한에선 8.3부부라고 부른다. 정식으로 결혼하지 않은, 무늬만 부부라는 뜻이다.

'8.3'이란 1984년 8월 3일 북한 정권이 "공장이나 기업소의 부산물을 활용해 생필품을 만들어 쓰라"는 지시를 내린 뒤 우후죽순처럼 쏟아진 가짜 상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9월 11일, 외지에 거주하게 된 주민을 현지에 안착시키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함경북도 연사군의 한 소식통은 "이혼 절차 없이 갈라져 다른 배우자를 만나 동거하고 있는 사람들을 모두 조사하고 있다"며 "이혼 수속을 먼저 밟은 후 현지에 거주하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사군에는 뙈기밭 농사를 짓는 8.3부부들이 몰려들어 새로운 마을까지 형성했다. 소식통은 "원래 거주지로 쫓아 버려도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무조건 제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집단 성행위 등 문란한 성 문화에 탐닉하거나 마약에 빠진 불륜 남녀를 '8.3부부'로 일컫는다는 연합뉴스의 보도가 있었으나, 소식통은 "법적으로 이미 배우자가 있는 사람들이 각기 다른 상대를 만나 재결합한 가정들을 가리킨다"며 지나친 과장이라고 일축했다.

김진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