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소액 현금 결제, 소비자 불편부터 배려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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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신용카드사와 식당 주인 간 분쟁의 불똥이 느닷없이 소비자에게 튀었다. 엊그제 정부가 “1만원 이하 소액 결제는 상점이 신용카드를 받지 않아도 되게끔 법을 바꾸겠다”고 발표하면서다. 카드사와 식당이 카드수수료율을 놓고 다툰 지는 오래됐다. 식당은 수수료율이 높아 수지가 안 맞는다면서 수수료를 1%포인트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반면 카드사는 지금도 수지가 안 맞는데 낮추면 오히려 손해 본다고 반박한다. 그러자 식당이 실력 행사에 나섰다. 한국음식업중앙회는 오는 18일 영업을 중단하고 ‘범외식인 10만인 결의 대회’를 벌이기로 했다. 2004년 11월 ‘솥단지 시위’를 벌인 이후 7년 만이다. 정부가 갑자기 카드 관련 법을 바꾸겠다고 발표한 데는 이런 사정이 있지 싶다.

 정부의 곤란한 처지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무엇보다 양측의 주장은 다 일리가 있다. 어느 한쪽이 틀렸다고 일방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식당이 카드회사에 주는 수수료 요율은 2.6~2.7%로 높은 건 사실이다. 골프장이나 백화점, 주유소는 2%가 채 안 된다. 재래시장 가맹점 역시 1.6% 남짓이다. 게다가 식당업의 현실은 매우 힘들다. 3년 이상 버티는 곳이 3곳 중 한 곳밖에 안 된다. 그러면서도 국민경제적 비중은 꽤 크다. 식당 종사자 수가 300만 명으로 전체 취업자 여덟 명 중 한 명꼴이다. 수수료율을 1%포인트 낮춰주면 식당은 큰 도움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카드사의 주장이 틀린 것도 아니다. 카드사가 부가가치통신망(VAN) 사업자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는 소액 결제라고 해서 적지 않다. 50만원을 결제하든 1만원을 결제하든 VAN사업자에게 주는 수수료는 건당 150~200원이다. 반면 1만원 결제 시 카드사가 식당 주인으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200원 남짓이다. 여기에 이자 비용과 식당의 잦은 폐업에 따른 리스크를 감안하면 수수료율이 높은 건 아니다. 그러니 1%포인트 더 낮추면 손해라는 카드사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그 모든 부담을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정책은 잘못됐다. 정부 발표대로 1만원 이하를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한다면 식당과 카드사는 서로 윈윈이다. 식당은 카드 수수료를 안 내고 카드사는 수수료율을 내리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아닌 밤중에 홍두깨다. 카드사와 식당이 알아서 풀어야 할 문제를 왜 소비자에게 덤터기를 씌우는가. 정부가 소비자를 봉으로 보기 때문이라는 불만이 나올 만하다. 외국에서도 소액은 현금으로 결제한다는 정부의 주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그동안 카드 결제를 장려해왔고, 그 결과 소액에 대해서도 카드 사용이 익숙해졌다. 정부는 다시 고민해야 한다. 차제에 식당에 카드 결제액만큼 세액 공제를 해주는 방식도 검토하라. 어떤 해결책이든 소비자의 원성을 사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