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율고 탐방 <끝> 서울과학고 - 재학생들에게 듣는 학교 생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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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고에 앞서 신입생을 먼저 선발하는 영재학교는 수학·과학적 재능을 갖춘 학생이라면 전국의 중 1~3학년 중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원과 영재교육진흥법에 따라 국민공통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교육과정·수업방식·교재선택 등이 자유롭다. 수학·과학 전용 교육기자재와 실험실·강의실을 갖춰 전국에서 많은 학생이 지원하고 있다. 영재학교는 KAIST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대구과학고 등전국에 모두 4개교가 있다. 한 해 선발인원이 490여 명(정원 내)일 정도로 입학경쟁이 치열하다. 김명선(서울 녹천중 2)·이승아(서울불암중 2)양이 지난달 27일 서울과학고를 찾아가 재학 중인 권우진(고2)·박성진(고1)·황윤찬(고1)군을 만나 수험경험과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었다.

초등생 때부터 수학·과학 호기심 키워

 “어떤 학생들이 영재학교에 입학하나요?” 김양의 질문에 권군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자신이 수학·과학에 흥미가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자신의 경험에 빗대 대답했다. 권군은 “처음부터 영재학교나 과학고를 목표로 두고 공부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수학·과학에 관심이 많아 그 방면으로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니 진학할 학교도 자연스럽게 정해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황군도 맞장구를 쳤다. 황군은 “나도 초등학생 때부터 과학과 관련된 잡지·도서·뉴스를 많이 챙겨 읽었다”며 “궁금한 것이 생길 때마다 인터넷에서 찾거나 선생님을 찾아가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덧붙였다. 박군도 “초등학생 때부터 수학·과학과 관련된 상식을 많이 쌓은 덕”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영재교육원, 영재학급, 탐구·경연대회에 참여해 활동하면서 관련 지식을 많이 익힌 경험이 뒷받침을 해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틈날 때마다 서점을 찾아 과학도서, 과학잡지를 읽은 재미도 한몫 했다”고 덧붙였다. 호기심이 충족될 때까지 스스로 찾아 다니는 학습태도가 선발전형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주변인물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박군은 “누나가 과학고에 다니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영재학교나 과학고에 진학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중1 때까지 공부에 무관심했다는 황군은 “영재학교에 다니는 선배가 대학생처럼 수업을 스스로 선택해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 영재학교 진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확실한 목표가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워준 것이다.

답이 아닌 개념·원리를 교사에게 질문해야

 “많은 학생이 수학·과학 공부를 어려워하는데 어떻게 공부했는지 궁금해요.” 김양의 질문이 이어졌다. 박군은 “입학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스스로 즐거워서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답했다. 수학·과학에 흥미를 갖지 못하면 영재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도 어려운 교육과정을 소화하기 힘들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권군은 “함께 입학한 친구들을 볼 때 수학과 과학을 둘 다 잘하는 학생은 많지 않다”고 귀띔했다. “자기가 잘하는 분야를 깊고 넓게 파고들며 공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군은 중학교 때 자만하다 성적이 떨어져 고민했던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황군은 “애매하게 알고 있는 내용을 단순히 A=B라는 식으로 단정지어 공부를 했다가 성적이 크게 떨어지는 낭패를 봤다”며 중1 때 공부하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선생님이 그 문제를 어떤 의도로 출제했는지, 어떤 기준으로 정답을 요구하는지를 분석하면서 나의 학습태도를 고쳐나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학·과학 공부를 할 땐 “문제의 원리와 개념을 먼저 파악하고, 선생님께 물어볼 때도 이를 먼저 물어보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답을 찾는 공부가 아니라 원리를 이해하는 공부를 하라는 설명이다.

공연 예능동아리 활동으로 끼도 길러

 이양은 정규 수업 외엔 어떤 활동을 하는지, 방과후에도 수학·과학 관련 활동이 이어지는지, 영재로 불리는 우수학생들이 몰려 학교 분위기가 학업경쟁에만 몰두하는 건 아닌지 궁금해했다.

 황군은 “수학·과학만 계속 공부한다는 외부의 시각과 달리 음악·미술 같은 예술 공연위주의 동아리가 많고 활동도 활발하다”며 웃었다. “남학생들에겐 댄스 동아리가 최고 인기”라고 덧붙였다. 동아리 구성·운영에 대해 권군은 “학생 들이 모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하는 정규 동아리와 취미·여가 목적으로 추가로 가입하는 비정규 동아리로 나뉜다”고 말했다. “정규는 1인 1개씩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고, 비정규는 수에 제한 없이 마음껏 활동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 수업 외에 학기 중엔 주제연구를 하고 논문도 작성해야 한다. 연구하고 싶은 주제를 스스로 정해 개인별 팀별로 1개 학기나 1년여 동안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활동이다. 필요하면 대학 연구팀에 합류해 교수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기도 한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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