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서울 강남의 C재수종합학원.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지만 50여 명 중 절반 이상이 고개를 숙이고 공부에 집중했다. 문제가 잘 풀리지 않는지 미간을 찌푸리기도 하고, 입술에 지그시 힘을 주면서 풀이에 집중했다. 학생들 대부분은 EBS 교재를 보고 있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한 손엔 EBS 교재를 챙겼다. 수능까지 31일, 수험생들 사이에선 EBS 교재의 마무리 복습이 최대 화두였다.
언어 비문학, 핵심화제만 파악하면 쉽게 풀어
서울 덕수고 윤혜정(언어) 교사는 “언어영역에선 비문학이 EBS 교재로 공부했을 때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영역”이라고 귀띔했다.
올해 6, 9월 모의평가를 분석해보면 문학은 EBS 수록작품, 잘 알려진 작품, 낯선 작품 2~3개가 섞여 출제됐다. 윤 교사는 “시·소설은 작품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문제를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EBS 교재에서 A·B·C라는 작품을 다뤘다면, 이를 A·B·D 식으로 한 작품만 구성을 바꿔도 문제를 크게 바꿀 수 있다. 변형·응용 출제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반면 비문학은 문학에 비해 문제유형이 고정적이고 해당 글에서 핵심화제가 드러나는 단락은 바뀔 수 없다. 비문학 총 6개 지문 중 5개가 연계출제될 정도로 연계율도 높다. EBS 교재에서 연계출제 한다면, 그 단락을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밖에 없단 뜻이다. 용인외고 김기훈(언어) 교사는 “비문학은 핵심화제만 파악하면 변형되더라도 쉽게 풀 수 있다”며 “과학·경제와 같은 어려운 주제의 지문들은 충분히 숙지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능특강·수능완성·고득점300제와 인터넷수능비문학 교재에서 어려웠던 지문을 중심으로 복습한다. 단, 한번읽어보는 것으로 그쳐선 안 된다. 김 교사는 “반드시 글 전체의 핵심주제를 찾고, 각 소단락의 내용을 요약해보면서 어떻게 논리전개를 시키는지, 글의 구성을 봐야 한다”고 주의를 줬다.
쓰기·어휘·어법도 단기간에 EBS 교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특강·완성·고득점 3교재에서만 다루고 있고 양이 많지 않다. EBS 교재에서 다뤘던 한자성어도 필수다. 김 교사는 “6, 9월 모의평가에서 한자성어는 EBS 교재에서 모두 나왔다”며 “문학문제의 선택지에 등장하는 교차서술·1인칭서술·대조적 성격 등 서술상의 특징을 표현하는 개념어와 함께 정리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리, 중간 난도 연계 높아 반복해 풀어봐야
수리영역은 고난도 문제보다는 중간 난도의 문제가 다수 연계 출제된다. 숫자만 바꾼다거나 분모·분자를 바꾸는 경우, 선 하나를 추가하는 식으로 연계출제 방식도 간단하다. 서울 한영고 이창주(수리) 교사는 “특히 올해수능은 중·하위권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양을 늘려 많은 문제를 풀기보단 EBS 교재에 집중해 수차례 반복해 풀어보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충고했다. 인천 하늘고 심주석(수리) 교사도 “한두 번 풀어봐선 EBS 연계를 체감하기 어렵다”며 “10여 차례 이상 반복해 풀어보면 연계출제 방식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사는 “수능특강·수능완성 모두 단원별로 구성돼있고, 각각 핵심기출문제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유형별 핵심문제만이라도 풀어보라”고 권했다. 방대한 양 때문에 복습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 EBS 최종점검 강의를 활용하면 좋다. 수능특강·완성 교재에서 출제가능성이 높은 300개 문제만을 뽑아 필수개념과 풀이법을 설명해준다.
상위권 학생들은 실수를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 EBS교재와 평가원·수능 기출문제로 문제 양을 제한하고, 한 문제를 풀 때 충분히 시간을 들여 활용된 개념을 꼼꼼히 분석한다. 심 교사는 “쉽게 풀리는 문제도 식을 전개시켜보고, 각 식이 풀이과정에서 왜 필요한지, 문제를 푸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점검해보라”고 충고했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수능특강 교재를 확실히 학습해야 한다. 이 교사는 “특강보다는 수능완성이 난도가 높은 편”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수능완성 교재가 부담스럽다면 수능특강 교재에 집중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쉬운 수능이 예상되는 만큼 인문계 미·적분처럼 올해 새로 추가된 단원들에 대해 포기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심 교사는 “기본 개념을 이해하고, 예제·유제·연습 문제 수준에서라도 준비를 하면 기본 점수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외국어, EBS 교재로 듣기 반복학습하고 주제찾기로 빈칸추론 연습해야
6, 9월 모의평가에서 듣기 17문제 중 15문제 안팎이 연계 출제됐다. 대부분 EBS 교재의 대화상황을 그대로 활용했다. 서울 이화여고 윤연주(외국어) 교사는 “영어고교듣기Ⅰ과 수능완성에 실린 실전모의고사 6회 분량을 반드시 풀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 문제의 대화에서 필수표현을 익히고, 대화의 주제를 파악해 둬야 한다.
핵심은 수능특강과 수능완성이다. 외국어영역은 EBS 교재의 지문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제유형은 다양하게 바뀐다. EBS 교재에선 주제찾기 문제인데, 수능에선 어휘어법 문제로 변형될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윤 교사는 “문제보다는 지문에 초점을 둬 복습해야 한다”고 했다. 지문의 주제를 찾고, 지문당 1~2개의 핵심어휘어법을 함께 정리해야 한다. 과학철학경제처럼 특정 주제를 어려워한다면 수능특강의 주제소재별 지문 모음을 복습하면 된다. 수능완성에 실린 실전모의고사도 필수다.
고난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빈칸추론 문제를 연습해야 한다. 윤 교사는 “EBS 교재 중 철학인문학처럼 추상적이고 비유적인 표현이 많은 지문들은 정리해두라”고 말했다. 빈칸추론 문제도 결국 정확한 독해에 달렸단 얘기다. 스스로 빈칸추론문제를 만들어보는 방법도 효과가 있다. EBS 교재에선 어휘어법 문제라고 해도 지문의 핵심어휘와 주제를 찾고, 빈 칸을 만들어보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수차례 반복해 훈련하면 빈칸추론 문제의 출제의도를 파악할 수 있고 정확한 독해능력도 키울 수 있다.
[사진설명] 서울 강남의 C재수종합학원 자습실에서 수험생들이 EBS 교재를 복습하고 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정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