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선택제 도입 1년 … 대구는 지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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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2012학년도 고입박람회’ 모습. 입시 상담을 받으려는 중학교 3학년생과 학부모들이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프리랜서 공정식]

“고교의 유형이 다양하고 학교 배정 방식도 달라져 복잡하네요.”

 대구 북구의 학부모 노미숙(43)씨의 말이다. 중3 아들을 두고 있는 그는 “어느 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 주변에 고교가 있지만 남녀공학이어서 내키지 않는다고 한다. 내신성적이 여학생에 밀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내신 경쟁이 덜하면서 교사들이 열심히 가르치는 학교를 찾는다”고 말했다.

 고교 입시를 앞두고 중3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고교 선택제의 확대 시행과 학교 유형 다양화가 원인이다.

 우선 일반고의 추첨 비율이 바뀌었다. 대구시내 전역을 대상으로 선발하는 일반고의 1단계 선발 비율은 지난해 10%에서 올해는 20%로, 자율형 공립고는 20%에서 40%로 높아졌다. 자율형 사립고는 내신성적과 출결 상황, 자기주도학습 과정 및 진로계획 등을 평가해 선발한다. 지난해에는 중학교 전 학년 성적 30% 이내 지원자 중 추첨으로 결정했다. 응시 성적 요건을 폐지한 것이다. 자율형 공립고는 강북·경북여고·구암 등 8개에 이어 대진·서부·수성·칠성 등 4곳이 추가로 지정됐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학교를 지원해 성적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에서 지정한 학교다. 또 실업계 고교인 특성화고, 선지원 일반고(5곳) 등도 전형 방법과 일자를 달리해 선발한다.



 학생·학부모가 갈등을 겪자 대구시교육청이 나섰다. 시교육청은 8, 9일 대구 엑스코에서 ‘고입박람회’를 열었다. 박람회장에는 대구의 90개 고교가 부스를 열고 홍보했다. 영재학교인 대구과학고와 대구체육고를 제외한 모든 고교가 참가했다. 학교마다 교육과정, 특색있는 교육 프로그램 등을 소개했다. 자율형 사립고인 경일여고의 강산복 교감은 “우수한 교사진과 영어집중교육·토론교육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알렸다”고 밝혔다. 박람회장을 찾은 중3 심연택(15)군은 “입시담당 선생님들이 학교를 설명해 이해하기 쉬웠다”며 “많은 자료를 얻은 만큼 꼼꼼히 비교한 뒤 선택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또 교육청에 진로진학정보센터(동부교육지원청은 ‘진(로)·학(력) 사랑방’)를 설치해 학생·학부모의 상담을 받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내신 경쟁이 덜한 학교만 찾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내신 비중이 커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논술·수능성적 등에 무게를 두는 대학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학습 분위기가 좋고 심화학습을 할 수 있는 자율형 사립고 등이 나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시교육청 이희갑 장학관은 “진학할 대학·학과와 학생의 성적·특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교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권삼 기자

◆고교 선택제=중학교 3학년 학생들에게 학군에 관계없이 고교를 선택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한 제도. 2009년 서울시에 이어 지난해 대구에 도입됐다. 교육 여건이 좋지 않은 지역의 학생이 학군을 달리하는 명문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교육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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