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분기 펀드 평가] “요즘처럼 주식 쌀 때가 가치주 투자 적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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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대부분의 자산운용사들에 올 3분기는 힘든 시간이었다. 상반기만 해도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이라는 확실한 주도주가 있어 시장만 따라가면 어느 정도 성과는 낼 수 있었지만 3분기는 달랐다.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들어 대처하기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 조재민(50·사진) 사장에게는 반대였다. 상반기가 시련의 시기였다. ‘차화정’이라는 쏠림에 휩쓸리지 않았던 탓에 수익률에서 상대적으로 밀렸다. 하지만 ‘안갯속 증시’라는 3분기는 오히려 역전의 기회가 됐다. 3분기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 1, 2위를 KB자산운용의 ‘KB배당포커스’와 ‘KB밸류포커스’가 차지했다. 같은 기간 운용사별 수익률(-14.29%)에서도 대형사(순자산 1조원 이상) 중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11.13%)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채권혼합형 펀드가 위주인 퇴직연금의 경우 구간별 수익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돈도 밀려들었다. 3분기에만 554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삼성자산운용(1조7277억원)에 이어 두 번째다. 수탁액(21조7576억원)도 늘어나 업계 3위로 뛰어올랐다. ‘KB밸류포커스’는 지난달 설정액 1조원을 돌파했다.

  -3분기 성과가 좋다.

  “유행 종목을 따라가기보다 긴 안목에서 가치 있는 종목에 투자하다 보니 출렁이는 시장에서 안정적 성과를 유지할 수 있었다. 상반기에는 누가 ‘차화정’을 더 남았느냐에 따라 성과가 갈렸다. 우리는 적정 수준만 유지했다.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면 역방향으로 움직이게 마련이라 흐름이 바뀔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상반기 자문형랩이나 일부 펀드의 ‘차화정’ 편중 현상이 ‘몰빵’에 가까웠다고 했다. 특히 일부 펀드는 들어온 돈으로 다시 이들 종목을 사들이면서 급락장에서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다고 지적했다. 자기 포트폴리오에 있는 종목을 또 매수하는 것은 자기 무덤을 파는 일이라는 설명이다.

 -‘KB밸류포커스’가 가치주 펀드로는 처음으로 설정액 1조원을 넘었다. 수익률도 좋다.

  “가치주 펀드지만 기업의 성장성을 감안한 투자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주식이 싼 시장은 가치주 투자에 좋은 때다.”

  -꾸준한 수익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사장 취임 후 첫 미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식점은 맛만 있으면 비싸고 불친절하고 오래 기다려도 사람들이 찾는다’고 말이다. 음식점의 핵심 경쟁력이 맛이라면 운용사는 수익률이다. 장기수익률을 좋게 유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펀드매니저가 판매사 투자설명회에 못 가게 했다. 그 시간에 투자할 기업을 더 연구하고 공부하라고 했다.”

  -수탁액 기준으로 업계 3위로 올라섰다.

  “수탁액을 늘리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지 않았다. 수탁액은 수익률이 좋으면 따라오는 변수다.”

  -규모가 커지면 성장통도 있지 않나.

  “단기적으로 보면 1등 하던 작은 펀드가 규모가 커지면 수익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지금 규모가 향후 꾸준히 안정적 성과를 내는 데 부담이 되는 정도는 아니다.”

  -3분기에 국내 주식 펀드에 돈이 몰렸는데.

  “주식이 싸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자금은 장단기 투자용이 모두 포함돼 있다. 1600선에 들어와 2000까지 기다리겠다는 돈도 있고 지수가 반짝 치고 올라가면 빠질 돈도 있다. 환매세가 잠잠해지고 적립식 자금이 불어나면서 순매수가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하반기 시장은 어떻게 보나.

  “기본적으로 상승 추세 복귀는 어렵다고 본다. 유럽 사태가 극적인 해결상황을 맞지 않는 한 시장은 출렁댈 것이다. 지금은 그리스만 쳐다보고 있는데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악재가 꼬리를 물고 올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가 피해야 할 것이 있다면.

  “장이 오르거나 빠진다고 마구 사거나 던지는 추격 매수와 추격 매도는 자제해야 한다. 투자자금의 성격을 단기와 장기로 나눠 접근할 필요가 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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