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가드를 내린 원성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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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32강전> ○·원성진 9단 ●·리쉬안하오 4단

제3보(27~39)=28의 두 칸이 시선을 끈다. 한 칸이 일반적인데 두 칸이라. 권투로 치면 가드를 내린 것과 비슷한 뉘앙스다. 허점을 드러내며 한번 쳐보라고 한다. 29 붙였을 때(사실 이 수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A에 두거나 뭔가 다른 곳을 두는 게 좋았다고 한다) 30으로 하나 교환해둔 것도 자유롭고 거침이 없다. 원성진 9단의 창의적 발상이 일단은 판을 신선하게 흔들고 있다.

 29라고 하는 수는 보통 백이 상변을 두 번 밀었을 때의 맥점이다. 지금처럼 세 번 민 것은 바로 이 수를 피하고자 한 것인데 리쉬안하오 4단은 준비가 돼 있다는 듯 29를 두어 왔다. 38로 후퇴할 때 39를 기분 좋게 두드리는 그의 표정엔 흑이 좋지 않느냐고 되묻는 듯하다. 하지만 이후의 결과는 그의 소망과는 거리가 멀었다. 수순 중 38은 정수. 이 수로 ‘참고도1’ 백1로 반발하는 것은 백9까지 외길. 그 다음 ‘참고도2’ 흑14를 당해 백이 곤란해진다(13 이음). 15로 붙이는 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참고도3’에서 보듯 흑은 귀를 선수로 살릴 수 있다. 이 결과는 가만 보면 백은 사방이 곤마이고 실리도 없는 데다 선수를 흑이 쥐고 있어서 백의 대실패라 할 수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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