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코 오키노 〈응급 하트 치료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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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독하게 먹으면 어떤 병이라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뒤집어 보면, 아무리 가벼운 병이라도 낫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떤 치료도 소용이 없다는 말도 된다.

병원에서 이런 병자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것이 하트 치료실이다. 말 그대로 마음을 치료하는 것인데, 정신병과는 조금 다른 의미의 증상과 치료이다.

이 치료실의 담당간호사 스가노는 덜렁거리지만 정이 가는 인물이다. 간호사가 된 이유는 의사와 결혼하기 위한 것. 하지만 그럼에도 밉지 않은 것은 자기 입으로 '올해 목표는 의사를 잡아 결혼하는 것'이라고 떠들고 다니기 때문이다.

거기다 자기는 모르고 있지만 간호사로서 필요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모든 환자를 어느새 사랑하고 이해하고 있는 그녀)

이 곳에 오는 환자들의 병명은 다양하다.

이혼 충격증, 일 중독증, 추녀 공포증, 심적 외상 후 스트레스 장해, 폭력 아내, 쇼핑중독증 등 처음 들어보거나,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병명들도 많다.

이런 환자들은 보통 그냥 보면 성격이 비뚤어진 사람들처럼 보인다. 무조건 여자들을 미워하고, 남을 무시하고, 물건을 사댄다. 하지만 알고 보면, 다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다.

한 예로 쇼핑 중독증에 걸렸던 한 여자를 보자면... 남들이 보기엔 정말 행복해야한 하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집안 일이나, 아이 양육은 시어머니가 모두 해주고, 남편도 자상하기 이를 데 없다. 집도 부유하고, 아이도 귀엽다.

이런 그녀가 쇼핑 중독증에 걸렸다. 사고 싶은 물건이 있어서 사는 것이 아니다. 산 물건은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다. 누가 가지든, 집어가든 상관이 없다. 말 그대로 산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카드를 너무 써서 정지 된지 오래고, 차압 예고장 까지 날아든다. 이 정도가 되면 모든 잘못은 그녀에게 있는 것 같아진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보면, 그녀는 불쌍한 피해자다. 이른 결혼으로 그녀는 말 그대로 아무 것도 모르는 체 시집을 갔다.

시집에 들어가 살면서 살림을 배우려던 그녀에게 시어머니는 뭐든지 이렇게 말한다.
"그냥, 내가 해주마. 너는 그냥 있어라"

아이를 낳은 후에도 변함이 없다. 아이를 기르는 일도 엄마인 그녀를 제쳐두고 모든지 시어머니가 대신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는 엄마인 그녀보다도 시어머니를 더 따른다.

남들이 보기엔 자상한 시어머니 같지만....그녀에게 있어선 자기의 존재이유를 잃어버리게 하는 사람일뿐이다. 집에서 그녀는 아내도, 엄마도, 며느리도 아니다.

하지만 쇼핑을 하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자기가 물건을 사주면 점원들이 기뻐하고,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 그녀는 쇼핑에만 집착하게 된다.

두 번째 아이를 가지고 입원하게 된 그녀는 두 번째 아이도 자기가 키워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시어머니의 말에 자살을 기도한다.

그녀의 이런 증상은 분가로 해결이 된다. 이제 엄마로서, 아내로서의 자리를 되찾게 된 그녀는 안정을 찾게된 것이다. 이 치료실에 오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런 이유로 병원을 찾고, 자신을 되찾아 병원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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