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팔아 국고보조금 챙긴 전과 31범 장애인단체 회장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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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 장애인단체 대표인 50대 A씨는 2005년 “장애인 자녀 장학금 지원 등 복지사업을 하겠다”며 한 대형마트에서 나오는 폐지와 재활용품을 무상으로 공급받기 시작했다. A씨는 이 폐품처리 사업권을 후배가 운영하는 업체에 넘기고 최근까지 수익금 3억여원을 받았다. 그는 스크린경마장 내 매점 입찰에도 관여해 중증장애인 몫의 운영권을 확보한 뒤 일반인에게 주고 4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경찰은 6일 장애인단체 명의로 사업권을 따낸 뒤 수익금을 유용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2004년 장애인단체 회장으로 취임한 뒤 2005년부터 최근까지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횡령하고 건설업체 등으로부터 각종 이권을 받아낸 뒤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2006년 한 민자 역사 신축공사장 앞에서 ‘장애인 생존권 쟁취’ 집회를 수차례 연 뒤 건설업체에서 받게 된 건설현장 식당(속칭 ‘함바’) 운영권을 다른 식당업자에게 넘기고 2억1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를 고발한 전 장애인단체 간부 B씨는 “A씨는 회원들에게 반말과 욕설을 하며 왕처럼 군림했다”며 “구청에서 나온 국고 보조금 수천만원을 빼돌리고 심지어 장애인 부식으로 나온 쌀을 내다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 수사가 시작되자 전·현직 간부들에게 ‘ 300만원이면 중국 애들 시켜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릴 수도 있다’고 협박했다”고 했다.

경찰 조사 결과 폭력 등 31건의 전과가 있는 A씨는 2009년 사단법인 승인을 받았다. 장애가 없는데도 지체장애 3급 등록증을 갖고 다니며 장애인 행세를 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상용 조직실장은 “영화 ‘도가니’가 묘사한 장애인 상대 성폭행만 나쁜 게 아니다. 장애인을 내세워 이권을 챙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에서 장애인단체 인허가 실태를 총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A씨는 “폐품 처리 등으로 수익이 생긴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기부물품 횡령 등을 했다는 고발 내용과 관련해서는 소명 자료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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