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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세금낭비 스톱!] 용인 경전철 … 5159억 재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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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용인경전철. [중앙포토]

경기도 용인시의 ‘경전철 재앙’이 현실화했다. 경전철 운영사인 용인경전철㈜에 5159억원의 공사비를 지급하라는 국제중재법원의 1단계 판정이 나왔기 때문이다.

 용인시는 국제중재법원이 경전철 공사비 4530억원을 11일까지 지급하고, 나머지 629억원은 나중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국제중재법원의 결정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업체가 요구한 총공사비는 7759억원이다. 나머지 2600억원은 양쪽의 과실을 따져 결정한다. 이 결정은 내년 3~4월께 나올 것으로 시는 보고 있다. 2단계 결정에서도 국제중재법원이 용인경전철의 손을 들어 주면 용인시는 내년 초까지 7759억원을 물어주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용인시가 1차로 지급해야 할 공사비 5159억원은 올해 예산(1조3268억원)의 39%다. 한 해 예산 중 경상비용을 제외한 가용예산이 3000억원에 불과한 용인시가 이 돈을 당장 마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한 내 지급을 거부하고 국내 법원의 이행강제명령이 내려질 때까지 시간을 버는 방법이 있지만 2차 중재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기한 내에 돈을 주지 않으면 예산을 압류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시가 공사를 설립해 직접 경전철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했다. 하지만 막대한 인수비용 외에 운영비용도 민간사업자가 운영할 때보다 더 들어가는 것으로 분석돼 포기했다.

적자가 뻔한 경전철 사업에 다른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것도 어렵다. 분할 상환을 위해 지방채 발행을 고려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용인시 지방채 발행 한도액은 800억원이다. 한도를 초과할 경우 행정안전부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한도액의 5배가 넘는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에 따라 시는 용인경전철㈜과 애초 계획대로 경전철 사업을 다시 하는 것을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경전철 특성상 시행사 외 다른 기관이 운영할 경우 많은 위험과 문제점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용인경전철㈜이 맡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용인경전철㈜는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경전철 운영을 맡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학필 용인경전철㈜ 사장은 “직원들을 다시 채용하고 녹슨 선로와 열차를 정비하면 내년 하반기 정식 개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용인시와 용인경전철㈜는 처음 맺은 계약을 놓고 협상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원래 계약에 따르면 BTO(Built Transfer Operate: 건설 이전 운영) 방식으로 건설된 경전철의 소유권은 용인시가 갖되 민간사업자는 30년간 운영권을 가진다. 요금 수입이 예상치의 90%에 못 미치면 그 차액을 용인시가 보전해 주기로 했다. 다시 이 계약으로 돌아가면 시는 경전철 개통 후 1년에 550억원씩 30년 동안(운영계약기간) 모두 1조6500억원으로 예상되는 경전철회사의 적자를 메워줘야 한다. 개통 지연에 따른 민간사업자의 손실금까지 떠안을 수도 있다.

모두 세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오게 됐다.

 윤승욱(45·용인시 기흥구 동백동)씨는 “시가 철저한 검토 없이 용인경전철과 승산 없는 싸움을 벌여 시민에게 불편을 주고 시간적·재정적 낭비만 초래했다”고 말했다.

정영진·유길용 기자

◆용인경전철(에버라인)=용인시 기흥구 구갈동을 출발해 동백지구, 용인행정타운을 거쳐 전대리와 에버랜드로 이어지는 15개 역 18.1㎞ 구간을 운행한다. 기관사가 없는, 무인 운전시스템으로 운행한다. 민간투자액 6354억1100만원 등 총 1조1027억원을 들여 지난해 3월 완공됐다.

▶용인경전철(주)이 지급 요구한 금액(단위:원)

-총 : 7759억

-1차 판정 : 5159억 지급 결정

-2차 판정 대상 : 2600억(심리 진행 중)

※용인시 올해 예산 규모 : 1조3268억

▶용인시가 검토하는 대책

-업체에 분할 지급 제안

-지방채 발행 및 정부에 분담 요구

-용인경전철(주)과 재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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