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란스트뢰메르가 말하는 ‘나의 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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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트란스트뢰메르는 1990년 뇌졸중을 앓았다. 그 후유증으로 몇 년간 실어증을 겪기도 했다. 지금도 “예” “아니오” “좋아” 등 간단한 표현을 제외하곤 말을 거의 못 한다. 그는 말을 잃어버리기 직전인 1989년, 미국 시인 탐 린 네빌(Tam Lin Neville)과 인터뷰하며 자신의 문학관을 비교적 상세하게 밝혔다.

 그는 자신의 시가 “형식 면에선 점점 단순해져 왔다”고 말했다. “스물세 살 때 나온 첫 시집에 오히려 복잡한 표현이 더 많이 사용됐다”고 했다. 하지만 내용 면에선 정반대였다. “초기작이 유년기·자연 등을 읊었다면, (경험의 폭이 커진) 후기작은 인생·사회 같은 좀더 복잡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란스트뢰메르는 글로벌 인식을 토대로 시를 짓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통스런 세계관이 자주 엿보인다. 그는 시작의 뿌리로 유년기를 들었다. “저는 2차 세계대전과 함께 성장기를 보냈습니다. 스웨덴은 중립국이기에 국제적으로 고립됐었죠. 어린 저에겐 충격이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비판적인) 신문을 자주 읽었고, 마치 어린 교수처럼 행동했습니다.”

 스웨덴어로 시를 짓는 일의 어려움도 털어놨다. “운이 좋게도 스웨덴어를 이해하는 시인들이 내 시를 번역했다. 다른 많은 스웨덴 시인들은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다. 스웨덴어 같은 소수 언어의 경우 해당 시를 충분히 이해하는 번역가는 드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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