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온 웹 “한국에서 두 번의 악몽, 다 지난 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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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카리 웹이 하트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JNA 제공]

1996년 9월. LPGA 투어 상금랭킹 1위에 오른 스물두 살의 샛별에 대해 한국 골프 팬들의 반응은 뜨겁다 못해 두려울 정도였다. 사인을 받겠다고 달려드는 사람들, 샷을 하는데 마구 움직이는 갤러리. 제일모직 로즈오픈에서 정신 없이 하루를 보낸 카리 웹(37·호주)은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했다.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해야 하는데 잊어버리는 바람에 실격했다. 한 달가량 시간이 지나고 나쁜 기억도 잊힐 즈음 웹은 한국을 찾았다. 그런데 이번에도 일이 꼬였다.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열린 일동레이크 골프장과 숙소인 워커힐 호텔의 거리는 60여㎞. 교통체증에 발이 묶여 버린 웹은 생리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뒤로 15년이 지나도록 한국 팬들은 ‘여자 백상어’를 보지 못했다. 안니카 소렌스탐(41·스웨덴)은 한국을 여러 번 찾아왔지만 웹은 걸음을 끊었다. 웹이 한국 방문을 꺼린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확인할 기회조차 없었다.

 “루머 때문에라도 더 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웹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7일 영종도 스카이72 골프장의 바다 코스에서 개막하는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일을 겪은 후 한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대회 진행이 매끄럽지 못하다는 생각에 오지 않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잊었지요. 하지만 공교롭게도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가 미국 메이저대회 일정과 비슷해 올 수 없었어요. 하나은행 챔피언십은 스폰서(엡손·스릭슨)와 관련 있는 일본 대회 일정 때문에 출전할 수 없었고요. 다행히 올해는 일정이 2주가량 앞당겨져 오게 됐어요.”

 웹은 1996년 투어에 데뷔한 뒤 통산 38승을 올렸다. 올 시즌에도 2승을 기록했다. 우승 없이 보낸 시즌이 네 차례에 불과하다. 2005년엔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낯가림이 있는 편이라 사람들과 친해지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무뚝뚝하다는 이야기도 듣지만 친해지면 말도 곧잘 하는 편이에요. 박세리(34·KDB), 김인경(23·하나금융그룹) 등과는 아주 친하죠.”

 그는 “꾸준한 성적의 비결은 노력”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투어가 없을 때는 오전 쇼트게임, 오후 9홀 실전 훈련에 체력훈련을 거르지 않는 일상을 반복한다. 웹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골프에서 메달을 따는 게 목표”라며 웃었다.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어요. 앞으로도 몇 년은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 있어요. 노력과 열정, 내 자신을 믿는 마음이 변치 않는다면요.”

인천=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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