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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업계 CEO들 토론회가져

중앙일보

입력

거품론으로 벤처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주요 벤처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모여 최근의 상황에 대한 의견을 털어놓았다. 벤처리더스클럽(회장 정문술) 주관으로 25일 열린 토론회에는 인티즌의 공병호사장과 PSIA의 박상일 사장, 휴맥스 변대규 사장,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옥션의 이금룡 사장 등 5명이 참가했다.

1백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는 수익모델 문제로 코스닥이 폭락하고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방향성을 잃고 있는 벤처업체의 경영자들과 언론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나누고 함께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다음은 토론회석상에서 제기된 질문과 답변내용.

새롬기술의 다이얼패드는 좋은 아이디어인 것은 틀림없지만 미국에서와 달리 국내에서는 비용부담이 너무 높아 완전한 무료전화 서비스라는 비즈니스가 한계가있다. 다시 말해 아직은 다이얼패드가 수익성이 없는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

오상수 사장 = 자유경쟁 체제가 아니라서 국내에서 어려움이 많다는 것은 인정한다. 산업자체가 아니라 통신요금에 부담이 있다는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으로통신시장이 개방되면서 자율화되는 구조로 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이얼패드는 근본적으로 야후와 같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차이가 있다면 야후는 검색기능을 제공하고 다이얼패드는 무료전화기능을 제공한다는 정도다. 그런데누구라도 야후의 비즈니스 모델이 잘못됐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어느업체가 살아남아 광고를 독차지 하게 되느냐는 것이다.

따라서 다이얼패드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는 야후나 다른 인터넷 회사들이 이미 증명했다고 강조하고 싶다. 광고시장이 있어야 신문.방송이 있는 것처럼 인터넷산업이 성숙되려면 미디어와 시장이 동시에 성장해야 한다. 문제는 인터넷 산업의 기본적인 골격을 유지해 줄 수 있는 광고시장의 기능이 아직은 약하다는 것이지만 점차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당수 벤처기업인이 코스닥 등록과 부의 창출에만 집착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우리사회에 황금만능주의를 가져오기도 하는데 벤처가 지나치게 돈을 탐하는 것은 아닌가.

변대규사장 = 국내 산업구조나 사회의 시스템 및 제도가 완성도가 높으면 기업가들은 사회나 국가에 대한 책임으로 고민하지 않고 단지 회사일에만 신경쓰면 된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나라는 아직 그 정도로 완성된 시스템을 갖고 있지 않다.

이같은 상황에서 책임을 느껴야 할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자신만을 생각할 때 문제가 있을 수는 있는 것 같다. 완성도가 높은 시스템을 위해 정부나 언론, 기업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 완성된 시스템이란 예를 들면 기업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정확한 공시를 하는 문화를 말한다.

--벤처기업이 자생력이 있다고 보는가. 국내의 서비스를 보면 해외에서 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시장에 대한 마케팅과 판단력, 전망을 바라보는 안목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우려한다.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업체가 국내에 들어왔을때에도 국내 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금룡 사장 = 인터넷 벤처붐이 일면서 현재는 조정기를 겪고 있다. 지금까지 인터넷 업체들은 커뮤니티와 스피드, 브랜드 가치 등에 주력했으며 이제는 수익모델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세계로 진출하는 기업이 대표적인 인터넷 회사가 될 것이고 나머지는 M&A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리고 대표적인 업체는 계속 진화해 나갈 것이다. 어려워지는 기업이 생기더라도 그것은 산업의 생성과정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흐름이다.

--대부분의 벤처회사가 타법인 출자를 많이 한다. 인터넷회사가 창투사에 출자해서 재테크하고 설립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기업이 자체사업과 상관없는 곳에 투자하는 것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공병호 사장 = 벤처의 70% 이상이 제조업체이다. 이제는 제조업을 기반으로주가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상당히 어려운 현실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벤처의 타업인 출자도 새로운 형태로의 경영전략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다.

벤처회사의 축적된 자본금을 가지고 일반 회사에 투자하는 전략에 대해서 젊은사람들이 대기업의 전처를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소리가 들리지만 관련업계냐 아니냐를 구분하는 것이 참 어렵다. 무조건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곤란하다.

--CEO의 자질에 관한 평가는 경영능력과 도덕성의 문제로 나눠볼 수 있다. 벤처업체의 경우 경영을 전공한 사람보다 엔지니어 출신 CEO가 많고 그들은 나름대로의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일부 CEO들은 지분을 매각해 개인 투자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한다.

변대규 사장 = 최근 3년간은 벤처기업을 육성시키기 위한 하드웨어(코스닥 시장 등 각종 제도)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벤처기업하는 사람이나 투자자,벤처업체 종사자 등 소프트웨어 분야는 하드웨어의 완성도에 비해서 훈련이 덜 된것이 사실이다. 하드웨어를 잘 운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경험이나 공부할 시간이 필요한데 급격히 발전하다보니 그같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CEO들에게 "능력이 없으니 물러나라"고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CEO들이 제대로 경쟁할수 있는 환경과 토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문제다.

박상일 사장 = 미국 실리콘밸리 CEO의 70%가 이공계 출신이며 이공계 출신이라고 경영자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영자질은 누구나 갖추고 있는 능력이므로실제로 부딪혀 보지 않고서는 자신도 모른다. 그러나 창업을 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명성은 얻을 수 있으며 어느 정도 궤도에 들어선 이후 자신이 없을 때는적임자를 뽑아 그 자리에 앉히고 약간은 뒤로 물러서는 미덕도 필요할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특권을 누리는 만큼 사회적 책무에도 많은 관심을 갖지만 한국의 상류층은 대부분 자신들의 잇속을 챙긴다는 것은 개탄할 일이다. 시스템이성숙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창업자도 돈은 벌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하는 세상이 됐으며 좋겠다. CEO도 월급만 가지고는 살기 어렵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공했으면 자신의 지분을 팔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벤처인이 직접 벤처인을 바라봤을 때의 시각을 알고 싶다. 제조업체의 입장에서 볼때 닷컴기업의 수익성 창출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변대규 사장 = 미국에서는 선점을 빼앗기면 후발주자들이 빛을 보지 못한다. 국내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수많은 인터넷서비스 업체가 등장했으며 망하는 회사가많은 만큼 누군가는 반드시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빛을 보는 회사는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또한 살아 남은 회사들은 모든 콘텐츠를 유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쯤이면 누구나 인터넷에 중독돼 있어 유료라도 쓰지 않을 수 없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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