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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피죤 회장의 조폭 청부폭력 의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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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섬유유연제 생산업체인 피죤의 이윤재 회장이 어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혐의는 ‘청부 폭행’이다. 조직폭력배(조폭)를 동원해 송사(訟事)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전(前) 사장을 폭행하도록 사주했다고 한다. 전 사장은 실제로 괴한의 습격을 당했다. 여기에 광주 ‘무등산파’가 등장하고, 5만원권 6000장으로 된 3억원짜리 돈다발이 오갔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견 기업을 일군 창업주가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것은 개인과 회사 모두에 불행이다. 전모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 조폭 영화에서나 나올 일이 사실이라면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어느 때부터인가 돈을 앞세운 사적(私的) 폭행이라는 삐뚤어진 작태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올 초 물류업체 M&M 전 대표 최철원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해고직원을 야구방망이로 10여 차례 구타한 뒤 ‘맷값’ 2000만원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지탄을 받은 적이 있다. 몇 해 전에는 그룹 회장이 아들을 위해 조폭을 대동하고 보복폭행을 벌여 물의를 빚었다. 법보다 주먹을 앞세운 이런 도덕 불감증은 전체 사회 지도층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증폭시켜 왔다.

 사적 보복은 법치주의를 무시하는 범죄다. 필부(匹夫)의 일탈도 죗값을 치른다. 사회지도층에 속한 사람이 돈을 주고 조폭을 끌어들인 계획적 사건이라면 그 죄는 매우 무겁다. 돈이면 다 할 수 있다는 황금만능주의의 발상이다. 그에 상응한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뒷골목 조폭과 다를 게 뭐 있겠는가. 조폭이 우리 사회에 기생하는 빌미를 주고, 선량한 시민까지 오염시킨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이 회장의 혐의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유명 기업인이 잘못된 생각과 행동으로 인해 부도덕한 사람으로 추락하는 것은 본인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경찰은 유전무죄(有錢無罪)니 하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엄정히 수사해야 할 것이다.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 기업인이 사회의 존경과 사랑을 받으려면 걸맞은 행동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