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언제까지 코끼리 보러 대전 가야 하나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지난해 9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초읍동 ‘더 파크’ 공사 현장 입구. [중앙포토]

주부 이상미(45·부산시 동래구 명륜동)씨는 초등학교 1학년 딸(7)에게 코끼리를 보여주려고 지난 주말 KTX를 타고 대전동물원 ‘오-월드’를 다녀왔다. 이씨는 "코끼리에 대해 자꾸 질문하는 딸에게 코끼리를 보여주려고 다녀왔다”고 말했다.

 부산에는 동물원이 없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동물원이었던 부산 금강공원 동래동물원이 2001년 문을 닫았고, 또 다른 동물원이었던 성지곡 동물원도 2005년 10월 폐장했기 때문이다.

 부산의 동물원 역사는 1964년에 문을 연 동래동물원에서 출발한다. 개장 후 인기가 좋아 주말이면 부산과 인근 지역의 사람들이 찾아와 줄을 서서 기다릴 정도였다. 1982년에는 어린이대공원에 성지곡동물원이 문을 열어 부산에는 두 개의 동물원이 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관람객이 줄어 동물원들이 차례로 문을 닫은 것이다.

 

부산 어린이들이 동물 구경을 못하는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듯하다.

 도보형 사파리 테마파크를 표방하며 2005년 1월 건축허가를 받은 어린이대공원 동물원 ‘더 파크’ 조성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파크는 사업비 470억원을 들여 부산진구 초읍동 45번지 5만3000㎡ 부지에 동물 우리 11동, 코끼리 공연장, 환경친화형 놀이터인 키즈랜드, 자연체험장 등을 갖출 계획이다.

 그러나 더 파크는 사업 착수 이후 지금까지 준공을 4차례나 미뤄왔다.

 부산시는 3일 ‘더 파크’가 제출한 투자 계획서를 심의한 결과 사업 타당성이 떨어져 사업계획 인가를 취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시는 “은행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지급 보증해 주는 조건으로 동물원을 기부 채납 받는 방식(BTO:Build-Transfer-Operate)을 요구했지만 은행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는 그동안 사업 기간을 연장해 줬지만 사업자가 해결 방안을 못 찾음에 따라 사업계획 인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인가 취소 전 사업자 측의 견해를 듣는 청문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더 파크는 올해 초 시공사의 자금난으로 공정률 70%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돼 시가 6월 말 3개월 기한으로 사업기간을 추가 연장해 준 상태다.

 더 파크 김희상 대표는 “시에서 은행 측의 투자의지를 확신하지 못해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조만간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여전히 사업 재개 의지를 보였다.

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