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 또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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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해군기지 건설로 갈등을 빚고 있는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경찰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15명의 대학생과 해고 노동자를 체포해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강정마을 해군기지 공사 현장에 무단으로 침입한 대학생 김모(26)씨 등 11명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3일 밝혔다. 김씨 등은 지난 2일 오후 8시쯤 출입이 금지된 서귀포시 강정동 해군기지 건설 부지로 들어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해군 측이 쳐놓은 철조망과 펜스를 넘어 건설 부지로 들어갔다가 이를 막던 해군 관계자들과 충돌했다.

 경찰은 또 같은 날 오후 10시30분쯤 기지건설에 반대하는 단체의 농성장이 있는 중덕삼거리 입구에서 경찰관의 멱살을 잡은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 4명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과 협의해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연행했던 문정현 신부 등 성직자 3명은 1일 오전 석방했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전국시민운동은 지난 1일부터 1박2일간 강정마을 일대에서 문화 행사를 개최하고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오는 29일 다시 한번 모여 문화제를 열기로 했다. 주최 측은 1500명, 경찰은 800명이 참가한 것으로 각각 추산했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기동대 4개 중대 등 700여 명을 주변에 배치했지만 행사 자체를 막지는 않았다. 같은 날 오후 3시에는 서귀포의 보수단체 회원 100여 명이 서귀포시 법환초등학교 사거리에서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외부 세력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결의문을 통해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해 강정마을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며 “마을의 갈등을 조장하는 외부세력은 당장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기지 건설 반대 측은 문화행사 개최 이후 중덕삼거리의 농성장을 중심으로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와 육지 경찰 철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해군은 반대 주민 측이 건설현장 부지 내에 설치한 컨테이너와 망루 등을 철거하는 시기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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