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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민단체 돈 관리 투명하고 떳떳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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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대표적 시민운동가로 손꼽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일·지위와 관련해 불투명한 돈을 받은 혐의로 그제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서울고법이 부동산 개발사의 사업 추진에 협조해주고 그 대가로 1억3000만원을 받은 최 대표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1심보다 무거운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은 본인이나 환경단체의 부인과 반발에도 불구하고 무거운 사안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기업의 기부금을 포함한 공금 5억여원을 전용한 부분은 1심과 달리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진 논란의 소지가 여전하다. 자칫 도덕성과 청렴성이 생명인 시민단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시민단체의 불투명한 자금 운용 관행이 문제로 지적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9년 한국 최초로 설립된 시민단체로 인정되는 경실련조차 후원금 물의를 빚어 시민단체 도덕성 시비를 일으킨 적이 있다. 2008년 환경운동연합 간부가 5년 동안 보조금 1억원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실시된 감사원 감사 결과는 시민단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정부 보조금을 받은 500여 개 단체가 3년간 전체 보조금 4637억원 가운데 500억여원을 횡령한 사실이 밝혀졌으니 그러고도 남을 일이다.

 그럼에도 시민단체의 영향력은 낙선·낙천운동을 넘어 대표가 직접 정치 참여에 나설 만큼 막강해진 게 사실이다. 오죽하면 입법·사법·행정부와 언론에 이어 ‘제5부’로 불릴 정도이겠는가. 그럴수록 시민단체의 회계 처리는 투명하고 떳떳해야 한다. 시민단체가 운동가의 자비(自費)나 회원의 회비만으론 운영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부 보조금이나 기업 후원금·기부금을 받을 수는 있다. 문제는 그 돈이 권력과 사회 비리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시민단체의 목적에 맞게 제대로 쓰이느냐다. 회계 투명성이야말로 시민단체의 존립 기반인 것이다. 공금이 빼돌려지거나 엉뚱하게 새는 시민단체라면 시민의 대변자이긴커녕 그저 시민의 이름을 빌려 사욕(私慾)이나 채우는 사이비 이익단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