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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틱 PK, 기성용만 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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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기성용(셀틱·오른쪽)이 30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셀틱파크에서 열린 우디네세(이탈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I조 2차전홈경기에서 전반 3분 페널티킥을 차고 있다. 두 팀은 1-1로 비겼다. [글래스고AP=연합뉴스]


축구에서 페널티킥은 특별하다. 수만 명의 시선이 한 곳에 모이는 순간이다. 페널티킥을 하는 선수는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실패하면 모든 비난을 혼자 감수해야 한다. 그래서 페널티킥에는 ‘11m 러시안 룰렛’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붙었다.

 팀마다 페널티킥 전담 키커가 있다. 대부분 팀의 중심 선수다. 키커는 경험이 풍부하고 심장이 강해야 한다. 정확한 킥 능력은 기본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FC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가 대표적이다.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셀틱에는 기성용(22)이 있다.

 30일(한국시간) 셀틱과 우디네세(이탈리아)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I조 2차전이 열린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셀틱 파크. 전반 3분 셀틱의 개리 후퍼가 페널티킥을 얻었다. 키커는 기성용이었다. 오른발로 강하게 찬 공은 골문 왼쪽 상단 구석에 꽂혔다. 기성용은 태극기를 새긴 손목 보호대에 입을 맞추며 유로파리그 데뷔골을 자축했다. 벤치에서 지켜보던 닐 레넌 셀틱 감독은 자리를 박차고 나오며 크게 박수를 쳤다.

 기성용의 아버지 기영옥(54) 광주시축구협회장은 “경기 전 레넌 감독이 기성용에게 페널티킥을 맡으라고 지시했다”고 했다.

기성용(가운데)이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글래스고 AP=연합뉴스]


 그동안 여러 선수가 셀틱의 페널티킥 키커를 맡았다. 지난 시즌엔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26)가 찼다. 사마라스는 지난 시즌 우승 경쟁의 분수령이었던 4월 24일 레인저스와의 올드펌 더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했다. 꼭 이겨야 하는 셀틱은 0-0으로 비겼고 우승은 레인저스 몫이 됐다. 이후 후퍼, 크리스 커먼스 등이 페널티킥을 맡았다. 하지만 그들은 레넌 감독의 믿음을 얻지 못했다.

 기성용은 지난 시즌부터 프리킥과 코너킥을 전담했다. 이제 페널티킥까지 맡았다. 감독의 신뢰 없이 페널티킥을 맡을 수는 없다. 함께 뛰는 동료 선수들도 진심으로 동의해야 가능한 일이다. ‘페널티킥 키커 기성용’은 유럽 진출 1년9개월 만에 셀틱의 간판이 되었음을 인증하고 있다.

 기성용의 놀라운 성장과 위상의 변화에는 이유가 있다. 팀과 리그 스타일에 잘 적응한 것이다.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비력은 보완이 끝났다. 장점인 슈팅 능력은 더 향상됐다. 특히 강하고 정확한 장거리 슈팅은 기성용의 등록상표가 돼 가고 있다.

 우디네세와의 경기에서도 기성용은 후반 40분 사마라스의 패스를 받아 23m짜리 왼발 대포알 슈팅을 날렸다. 우디네세의 사미르 한다노비치 골키퍼가 깜짝 놀라면서 간신히 쳐낸 벼락 같은 슈팅이었다.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 영국 축구는 파워를 강조한다. 스티븐 제라드(리버풀)·루니 같은 선수가 팬들의 사랑을 받는다. 기성용은 짧은 패스와 크로스에 모두 능하고, 제라드나 루니 못잖게 강한 슈팅을 한다. 기성용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진출이 시간문제라고 예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셀틱은 지난 6월 계약 기간이 2년6개월이나 남은 기성용에게 재계약을 제안했다. 유럽에서는 보통 계약 기간 1년을 남기고 재계약을 논의한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블랙번과 토트넘 등의 구애를 받고 있다. 셀틱은 몸이 달았지만 기성용은 ‘천천히 생각해 본다’는 입장이다.

 한편 셀틱은 30일 경기에서 후반 43분 우디네세의 알멘 압디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내줘 1-1로 비겼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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