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채 ‘SW 산업혁명’ 이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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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

KT가 한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 혁신에 나섰다.

 이석채(66) KT 회장은 29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3행(行) 전략방안’을 발표했다. 3행은 KT가 해야 할 세 가지 행동이다.

 이 회장은 “지금까지 SW가 용역의 형태로 거래돼 사람수와 근로시간으로 가치가 매겨지면서 개발자가 소유권이나 지적재산권을 가질 수 없었다”며 “이를 바꾸기 위해 모든 SW를 패키지로 구매해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일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활동할 경우 인건비로만 따지는 한국에서 그의 가치는 월 1200만원짜리 특급 기술자일 뿐이라는 비유를 내놨다. 이를 위해 KT는 내년 1분기 중 새로 수립하는 SW 가치평가 산정기준을 공개하고, 내년 300억~500억원 규모로 시작해 2015년까지 SW구매를 연간 3000억원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KT의 순수SW 구매는 연간 3000억~4000억원 사이이고, SW부문을 좀 더 넓게 확대할 경우 6000억~7000억원 규모에 이르는 만큼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3000억원 수준까지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SW를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한국에서 SW 벤처기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이 밤낮없이 일만 하면서도 아무런 희망을 갖지 못하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같은 생태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KT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KT를 옥죄어온 공정성의 사슬에서 벗어나겠다”고도 했다. 그동안 SW의 가치를 제대로 쳐주지 않았던 것은 소요되는 비용만을 추정해 계산하는 ‘품셈방식’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만약 우리가 필요로 하는 SW라면 가치를 따져 절반의 가격을 선(先)지급하겠다”며 “가치 있는 SW업체가 있다면, 이를 인정해 그 업체를 인수합병(M&A)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싼 돈을 주고 들여온 SW가 나중에 별 쓸모가 없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것이다.

  KT는 또 SW개발업체가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벗어나 SW를 장기적으로 개발하고 유지·보수까지 담당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 역시 SW업체가 세계에서 통하는 명품 SW를 만들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이다. 특히 저가 경쟁입찰로 유지보수료를 낮춰 온 악습을 버리고 적정한 대가를 적용해 유지보수 품질을 높일 방침이다.

 오픈마켓 구축을 통한 SW업체들의 세계 진출 지원도 제시됐다. 이 회장은 “스마트시대, 클라우드의 확산을 맞아 우리나라 SW분야에도 오라클이나 SAP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탄생해야 한다” 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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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KT 대표이사회장
[現] 한국경제교육협회 회장
[前] 정보통신부 장관(제2대)

194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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