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의 ‘골프 비빔밥’<32·끝> 남자는 욕심때문에, 여자는 근심때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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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오늘로서 마지막 칼럼이다. 시원하고 섭섭하다. 이 땅의 골퍼들에게 마지막으로 딱 한마디만 더 하라면 나는 ‘바람’과 ‘그림’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수많은 사람을 가르쳐 봤더니 남자들의 골프는 ‘욕심’에 죽고, 여자들의 골프는 ‘근심’에 죽는다는 걸 발견했다.

‘300야드를 쫙~!’ 하는 것이나 ‘OB 나면 안 되는데’ 하는 생각은 모두 욕심이고 바람이다.

‘이 퍼팅을 꼭 성공시켜서 확~’ 하는 것이나 ‘이거 안 들어가면 어쩌지’

이것도 역시 바람이다. 뭔가를 바라는 것은 ‘궁핍’의 철학이다.

‘제발 돈 좀 벌게 해 주세요’라는 기도는 하느님도 부처님도 잘 안 들어주신단다. 지금 내가 돈이 없다는 아주 강한 시그널을 보내는 거고 부정의 메시지라는 거다. 그런 건 천지신명도 거부한단다.

우주에 통하는 의사소통 방식은 오직 하나다. 긍정의 신호밖에 없다는 것이 통설(?)이다.

연습을 열심히 해 잘 치게 되는 것이 정설이고 정답이지만, 열심히 해도 맘대로 안 되는 것이 골프다. 게다가 열심히 하지도 않고서 뭘 좀 잘해 보려고 한다면 기도라도 해야 할 판 아닌가.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는 다 통하지 않는 방식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효과가 있는 방법은 뭔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림은 그리움이고 상상이다. 해저드에 들어가면 안 되는데 하면서 물에 퐁당 들어가는 걸 상상하지 말라는 거다. 개방정 떨지 말고, 그냥 멋지게 날아가 페어웨이에 안착하거나 그린에 사뿐히 올라앉는 걸 상상하라는 거다. 염려나 걱정 대신 그럴 시간 있으면 긍정적 상상을 하라는 거다. 그림이 정교할수록 효과는 배가된다는 걸 여러 사람이 증명하고 있다.

속도, 방향, 손에 전해져 오는 타구감, 바람을 가르는 소리…. 상상이 리얼하면 할수록 그 효과가 더욱 확실해진다는 건 골프 대가만이 주장하는 건 아니다. 성공학의 대가들도 한결같이 주장하는 이론이다.

운동심리학에서는 그걸 ‘단기 기억상자’라는 이론으로 풀어 설명하고 있다. 인간이 순간적 운동을 하려 할 때 소주잔 비슷한 ‘임시 메모리’가 하나 만들어지고, 당면해 해야 할 운동에 필요한 정보를 순간적으로 끌어모아 ‘원 샷’하고 그 운동을 수행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저 항아리 벙커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좋겠네’ 하고 생각할 때 공은 꼭 그 벙커에 들어가게 마련이다.

‘저 나무만 피하면 되겠네’ 하면 꼭 그 나무를 맞히고야 마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런데 확실한 효과가 있으려면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 그건 바로 ‘감사’다.

정말 간절한 그림을 그리면 몸의 어디선가 짜릿한 전율이 흐른다. 내가 상상한 것이 현실이 되리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바로 그때 감사하는 것이다. 예상된 상황을 믿고 가불해 미리 감사하면 된다는 거다. 주니어 선수와 프로들을 모아 놓고 강의해줬다.

“여러분 한 타를 줄이려면 얼마나 많은 노고가 필요한가요.”

“이건 돈도 시간도 안 드는 일이잖아요. 꼭 실천해 보세요.”

“예.” 그들의 힘찬 대답 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대한민국 골퍼 여러분. 꼭 실천해 보세요. ‘골프 비빔밥’이라는 칼럼을 통해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마지막 선물입니다. 이렇게 하시면 골프뿐만 아니라 일상의 일과 사업에서도 대박이 나실 겁니다. 골프와 더불어 행복하십시오. <끝> 

마음골프학교(www.maumgolf.com)에서 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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