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세인트헬렌스화산 생태계 빠르게 회복

중앙일보

입력

20년 전 사상 최대의 화산폭발이 일어난 세인트헬렌스산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생명의 신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MSNBC와 ABC 등 주요 언론은 18일 미 서북단 워싱턴주의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 20주년을 맞아 생태계가 완전 파괴돼 상당기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던 학계 예측과 달리 동식물 생태계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0년 이상 세인트헬렌스화산을 연구한 워싱턴대 임학 교수인 제리 프랭클린 박사는 "폭발 후 전지역이 온통 회색으로 뒤덮였다"며 "마치 생명이 없는 달 풍경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세인트헬렌스산이 죽음의 땅이 됐다는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 화산폭발한달 후 폭발지역을 다시 찾은 프랭클린 박사는 잡초들이 말라버린 화산재를 뚫고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은 세인트헬렌스산에서 생태계가 자연재해를 이기고회복하는 방식에 대해 새로운 교훈을 얻고 있다.

세인트헬렌스산 폭발은 산을 둘러싼 원시림을 파괴했을 뿐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는 생태학과 임업학에서 진리로 받아들여지던 기존 이론과 모델까지 파괴한 사건이됐다.

화산폭발 후의 상황은 모든 생명체가 사라졌다고 믿기에 충분했다. 폭발위력은24메가톤급 원자탄과 맞먹었고 350℃나 되는 뜨거운 화산재와 증기, 돌 등이 시속 480㎞의 속도로 분출되면서 인근 원시림은 완전히 불타거나 화산재로 뒤덮였다.

또 1천100℃나 되는 용암과 암석들이 휩쓸고 지나가면서 생태계가 있던 지표면은 땅 속 수십m에 묻혀버렸고 인근 스피리트호수에서는 90m 높이의 해일이 발생해호수 근처의 집들을 파괴했다.

과학자들의 눈에도 생명체가 자리잡을 수 있는 곳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연은 인간이 가장 약하다고 생각한 부분부터 새 생명의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폭발 후 2개월도 안돼 고산지대 잡초들이 꽃을 피우기 시작했고 과학자들이 가장 느리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던 파괴된 삼림지역의 식물들이 빠르게 되살아났다.

더욱 놀라운 것은 들쥐들의 활약이었다. 화산지역 땅 속에 들쥐들이 거미줄처럼파놓은 굴들은 도마뱀과 두꺼비 등 동물들의 피난처가 됐고 이들이 다른 지역으로이동하는 비밀통로가 돼 생태계 보전에 결정적으로 기여를 했다.

과학자들은 생태계는 인간이 이해하지 못하는 생존방식과 회복력을 가지고 있다며 세인트헬렌스화산이 연구자들에게 새롭고 소중한 교훈을 안겨줬지만 앞으로 배울것이 더욱 많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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