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창원 사막화 방지 총회 … 젊은 분들 와보세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22~24일 열린 울트라마라톤대회에서 산림청 직원 박석희씨가 자신이 직접 제작한 UNCCD 홍보 수건을 든 채 뛰고 있다. [사진=산림청 제공]

“늘 내가 만든 홍보 티셔츠를 혼자 입고 뛰었는데, 오늘은 모두 같은 셔츠를 입고 뛰니 동지가 생긴 기분이네요.”

아직 먼동도 트기 전인 지난 22일 오전 4시 강화도 하전면 창후리. 맨손 체조로 몸을 푸는 그를 만났다. ‘산림청 마라톤맨’ 박석희(45·산림휴양문화과)씨다. 일찍 일어나 피곤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난 것뿐인데요 뭐”하고 웃는다.

그의 상의 오른쪽 가슴에는 마른 흙에서 싹이 나는 모양의 로고가 그려져 있다. 그렇게 오전 6시에 출발한 박씨는 이틀 뒤인 24일 새벽 3시 좀 넘어서 온몸이 땀에 젖은 채 강릉 경포해수욕장에 골인했다. 기록은 45시간 25분. 170명 중 5위였다. 창후리에 있는 울트라 마라톤 기념비에서 경포까지 308km를 2박3일 동안 달리는 한반도 횡단 울트라 마라톤이었다.

이번 대회는 그가 근무하는 산림청이 후원했다. 다음달 10일 경남 창원에서 열리는 유엔사막화방지협약(이하 UNCCD) 제10차 당사국 총회 담당부처로서 행사 홍보를 위해 후원을 한 것이다.

지인의 소개로 울트라 마라톤에 10년 전부터 출전해온 박씨는 2007년 전문직으로 산림청에서 일하면서부터 산림청 홍보맨 역할을 했다.

“울트라 마라톤을 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홍보를 시작했지요. 마라톤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이렇게 많다면 제가 알리고 싶은 홍보문구를 달고 뛰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 거죠.”

처음에는 산림청 휴양정보 포털 사이트 ‘숲에on’을 홍보하는 문구를 달고 달렸다. 직접 번호표와 티를 제작했다. 유엔이 지정한 ‘세계 산림의 해’인 올해는 특별히 한 행사에 초점을 맞췄다. UNCCD 당사국 총회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번 총회가 국제적으로 큰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의 관심은 적은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난 5월 천진암 100km 대회를 시작으로 광주 100km, 낙동강 200km등 올해 참가한 6개의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는 이런 문구를 가슴에 달고 뛰었다. ‘제10차 유엔사막화방지협약총회 아시아 최초 창원에서 개최됩니다’. “그랬더니 길에서 만난 분들이 ‘이게 뭐에요?’라고 물어보더라구요. 그러면 달리기를 멈추고 설명을 드렸죠. 중간중간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에 들어가서는 아주머니를 붙들고 설명하기도 했고요.”

지난 7월 전남 해남 땅끝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를 달리는 대한민국 종단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 그는 1위를 했다. 622km를 127시간 31분에 달렸다. 그때 그가 UNCCD를 홍보하며 달린 것을 산림청이 알게 되면서 이번의 한반도 횡단 울트라 마라톤대회에 후원을 하게 된 것이다. 박씨는 특별히 UNCCD 로고가 들어간 수건을 만들어 같이 달리는 참가자나, 달리는 도중 만나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산림청 국제협력과 임은호 과장은 “울트라 마라톤은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308km가 되는데, 산림청 또한 사막화를 막기 위해 나무 한 그루를 심어 숲을 조성하고 있다”며 “이번 UNCCD 총회 또한 194개국이 동참케 하는 한 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최고령 참가자인 박성재(69·부산시 수영구)씨는 “사막화에 대해 한두 번 들은 적이 있지만 직접 사막화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처음”이라며 ”함께 달리며 홍보를 하면서 ‘집에 돌아가면 마당에라도 나무를 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석희씨는 덧붙여 말했다. “많은 분들이 총회에 와주셨으면 해요. 환경교육은 조기교육이 중요하니 특히 중·고생이 많이 와 사막화의 심각성을 느끼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이예지 행복동행 기자


◆유엔사막화방지협약(UNCCD:UN Convention to Combat Desertification)=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2년마다 열리는 총회에는 194개 회원국의 정부대표와 관련 전문가, 각종 국제기구와 비영리기구 종사자 등 3000여명이 모여 사막화 피해로 인한 빈곤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개발을 논의한다. 올해 총회는 대한민국이 의장국으로, 10월 10~21일 경남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