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실적 쇼크 … 적자 1년 새 10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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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들의 실적이 지난 1년 사이 급속히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7곳이 퇴출된 하반기 구조조정에서 살아남았다고 해도 생존 불안감이 여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과 저축은행중앙회의 경영공시에 따르면 이날까지 경영공시를 해야 하는 25개 저축은행은 2010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에 모두 1조8988억원의 당기순손실(적자)을 기록했다. 2009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 적자폭(1716억원)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상장돼 있거나 공모채권을 발행한 저축은행은 외부감사법에 따라 28일 자정까지, 나머지는 30일 자정까지 경영상태를 공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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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적인 실적 악화엔 지난 18일 영업정지 된 7곳이 큰 영향을 미쳤다. 제일저축은행은 2009회계연도 148억원 흑자에서 2010회계연도 4744억원 적자로 추락했다. 토마토저축은행도 같은 기간 중 21억원 흑자가 5519억원 적자로 돌변했다.

 살아남은 곳도 상황은 좋지 않다. 퇴출된 부실저축은행들을 제외한 19곳의 적자폭은 1626억원에서 5960억원으로 급증했다. 업계 1위인 솔로몬저축은행의 경우 적자폭이 1093억원에서 1265억원으로 확대됐다. 업계 4·5위인 한국·진흥저축은행도 소폭의 흑자에서 1000억원 안팎의 적자로 반전했다. 중소형사인 신민·영남도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호남솔로몬과 서울저축은행은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크게 나빠지지 않았다.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사옥 매각을 포함한 대대적인 자구노력을 기울여 자기자본을 확충했기 때문이다. 솔로몬저축은행은 서울 테헤란로 인근의 빌딩 두 채 매각과 100억원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계열사인 경기솔로몬저축은행도 매각할 방침이다. 미래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도 1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했거나 계획 중이다. 서울·신민 등 자본잠식 상태로 드러난 저축은행은 모기업(웅진·삼환)의 자금 지원을 받아 증자를 마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제 경영진단 결과 감춰져 있던 부실을 모두 드러내 적자폭이 커졌다”며 “내년부터 상황이 조금씩 좋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년간 적자가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생존 가능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게 문제다. 이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충격을 완화하면서 소액 다수 고객 중심으로 영업 방식을 바꾸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끝낸 경영진단에서 영업 중인 91개 저축은행 중 BIS비율이 10%를 넘어 ‘우량’으로 볼 수 있는 곳을 40여 곳으로 확정했다. 스타(36.00%)·한신(23.99%)·부림(22.74%)·오성(21.74%) 등 몇 곳은 이 비율이 20%를 웃돌았다. BIS비율이 감독기준인 5%를 넘었지만 10%에 미치지 못하는 저축은행은 약 30개다. 현재로선 괜찮지만 장기적으로 자본 확충이 필요한 곳들이다.

나현철·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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