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휴대폰 인력 LG서 스카우트 시도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는 자사가 개발한 시분할접속방식(GSM)휴대폰 개발 인력을 빼가기 위해 LG정보통신이 억대의 돈을 건네며 스카우트하려 한 사실을 적발해 법적 대응을 취하겠다고 18일 밝혔다.

삼성전자 천경준 정보통신연구소장은 이날 삼성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LG정보통신이 지난해 12월부터 무선사업부 GSM 개발 연구인력 4명에게 접근해 1억2천만~1억5천만원의 거액을 제시하며 스카우트하려고 했다" 고 주장했다.

그는 "경쟁 사업자의 부당한 스카우트 행위를 제재하는 공정거래법에 의거, LG정보통신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불공정방지법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법원에 제소하겠다" 고 강조했다.

천소장은 "LG측이 스카우트 제의 후 과장급 한명의 예금계좌에 1억원, 주임급 3명의 계좌에 8천만원씩 입금했다" 며 "GSM 방식은 대규모 연구인력과 자금을 동원해 개발한 핵심기술인 만큼 LG정보측은 부당 스카우트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 고 요구했다.

그는 지난해 삼성에서 근무하다 LG정보통신으로 옮긴 뒤 이번 스카우트를 주도한 S상무에 대해서는 이미 전직(轉職)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LG정보통신측은 "문제의 연구원들은 LG정보통신의 인터넷 상시 공채 정보를 보고 자발적으로 입사 의사를 밝혀 적법하게 영입을 추진한 경우로 삼성전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고 반박했다.

LG정보통신측은 "삼성측 전직 희망 지원자의 예금계좌에 넣어준 돈은 우리 회사에 스톡옵션 제도가 없어 우수인력을 채용할 때 일시불 보너스 형태로 전달한 것" 이라며 "삼성측이 법적 제소를 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대응책을 강구하겠다" 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인력을 부당하게 스카우트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 유형에 해당할 수 있다" 며 "삼성전자의 신고가 들어오면 사실 관계를 조사한 뒤 위법성 여부를 따질 계획" 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36조)에 따르면 다른 사업자의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하거나 채용할 경우 시정조치와 함께 직전 3개 연도 평균 매출액의 2% 이내에서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

국내에서 이와 관련해 불공정 행위로 인정된 것은 1997년 현대자동차가 부품업체 인력을 스카우트한 경우로 공정위로부터 시정 조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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