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실세 연루” vs “제2의 김대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정권 실세가 무서워서 수사를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

 “제2의 김대업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중하게 수사해야 한다.”

 27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서 열린 서울고검·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이국철(49) SLS그룹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놓고 여야 의원들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학재 의원은 “이 회장이 ‘신재민(53) 전 차관에게 10억여원을 건네는 등 정권 실세들에게 돈을 줬다’고 폭로했는데도 검찰은 수사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연루된 사람들이 정권 실세라 무서워서 안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창원지검에서 2009년 SLS를 수사할 당시 박영준(51)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신 전 차관 등에 대한 금품제공 내용이 담긴 이 회장 수첩을 압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수사팀은 이 수첩을 확보해 제대로 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이 회장이 한나라당 중앙위원과 포항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분, 현직 국회의원의 보좌관에게 30억원을 주고 자회사 소유권을 넘겼다는 자료를 갖고 있다” 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이 회장은 SLS에 대한 경영권을 회복하기 위해 증거도 없이 마구잡이식 폭로를 하고 있다”며 화살을 이 회장 쪽으로 돌렸다. 그는 이어 “2002년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허위로 제기했던 김대업씨의 경우처럼 이씨 주장도 대부분 사실무근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이두아 의원 역시 “이 회장의 금품 전달 주장도 쉽게 믿기 어려운데 신 전 차관이 지난 대선 전후에 BBK 사건 뒷정리를 위해 이 회장의 돈으로 미국에 갔다는 등 사실과 다른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고 했다. 이에 대해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은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철저하게 수사하겠다”고 답했다.

박진석·채윤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