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노래 축제

중앙일보

입력

'여성이 음악을 하니 여성이 즐겁다?'

한국과 일본 여성 뮤지션들이 각각 참여하는 무대가 나란히 마련된다.

한국에선 손꼽히는 실력파 여성 뮤지션으로 구성된 '2000 여성음악 페스티벌-여악여락(女樂女樂)'과 일본 여성 뮤지션들의 무대인 'J-POP 여성 페스티벌'.

각기 다른 기획자들이 준비한 공연이지만 각기 '꽃'같은 여가수이기보다 주체의식을 갖고 활약하고 있는 여성 뮤지션에 초점을 맞춘 공연이란 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2000 여성 - 女樂女樂〉

오는 27일 오후 5시 연세대 노천극장에서 열리는 '2000 여성음악…'은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들의 축제'임을 내세운 공연.

한영애·이상은·이은미·체리필터·3호선 버터플라이 등 모두 다섯 팀의 뮤지션들이 각기 1시간씩 다섯 시간에 걸쳐 릴레이로 공연할 예정이다.

02-335-2184. 공연이 준비된 배경도 좀 독특하다.

평소 음악을 좋아해온 대학강사·웹디자이너 등 다양한 직업의 여성 7명이 모여 '여악여락 추진본부'를 만들고 공연을 준비해 온 것.

지난해 말부터 공연을 추진해 온 대학강사 박애경씨(35)는 "여성가수들과 여성팬들은 많지만 여성성이 존중받기 보다는 그 의미가 축소되거나 냉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있다"면서 "여성 뮤지션과 팬이 동질성을 느끼며 행복하게 만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출연가수 면면이 이미 이 공연의 성격을 대변해 주고 있다.

한영애와 이상은·이은미는 더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국내에선 강한 개성과 탁월한 가창력을 지닌 대표적인 여성 가수들 영화 〈질주〉에서 주역을 맡았던 여성 로커 남상아가 보컬로 있는 3호선 버터플라이와 올해 데뷔한 체리필터도 무대에 선다.

이 공연은 미국의 '릴리스 페어'로부터 많은 자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러 맥라클란이 97년 시작한 '릴리스 페어'는 주류와 인디의 구분없이 1백여명의 여성 뮤지션들이 참여해 미국과 캐나다 전역을 순회 공연한다.

〈J-POP 여성 페스티벌〉

오는 6월 6~11일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열리는 이 공연은 라이브 엔터테인먼트가 일본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시리즈의 첫번째 행사.

지난해 일본의 장애인 밴드 '살사 검테이프'의 공연과 한.일 합동 힙합 페스티벌 이후 일본 아티스트가 일본어로 노래하는 공연으로는 처음이다.

그동안 일본 뮤지션들의 공연이 한·일 합동 공연이나 특별 행사처럼 치러진 것과 달리 이 공연은 일본 아티스트만의 단독 공연으로 펼쳐지며 록과 뉴 뮤직·재즈 등 각기 다양한 장르의 여성 아티스트들이 소개된다. 1588-7890.

하치스 클로버(6~7일), 에포(8~일), 리 게이코(10~11일) 등 3팀이 공연에 참여한다.

국내에 소개되는 하치스 클로버는 소프트한 음악을 들려주는 5인조 인디 록 밴드. 작곡 및 편곡 능력을 갖춘 하치가 이끄는 이 그룹은 맑고 투명한 느낌을 자아내는 노래를 들려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에포는 자신의 모은 음악을 프로듀싱하는 중견 아티스트. 남다른 자유분방함과 열정적인 무대 매너를 갖춘 라이브꾼으로 잘 알려진 그녀는 특유의 잔잔한 목소리로 애절하고 감성적인 노래를 들려준다.

리 케이코는 이미 세계적으로 이름이 잘 알려진 재일교포 3세 재즈 보컬리스트. 이번 공연은 그녀가 한국에서 갖는 두번째 무대다.

타고난 리듬감과 중성적인 허스키 보이스로 풍부한 감성을 표현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수다.

95년 '이매진'으로 데뷔, 96년 런던·파리에서 라이브 공연을 가진 바 있다.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의 주봉석씨는 "이번 공연은 일본 대중음악을 소개하는 공연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일본의 다양한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이런 무대가 앞으로 한국 음악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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