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군사력으로 시민혁명” … 시리아, 리비아 뒤따르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6면

지난 16일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 외곽 도우마 지역에서 반정부 시위대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날 시리아 보안군의 강경진압으로 최소 11명의 시위대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마스쿠스 AFP·유튜브=연합뉴스]


7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시리아의 반정부 시위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일부 군인이 반정부 무장 세력을 조직, 대대적 역공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군인들은 바샤르 알아사드(Bashar al-Assad·46) 대통령이 탱크와 군함까지 동원해 비무장 시위대를 무력 진압하는 데 반발해 발포 명령을 거부하고 반정부로 돌아섰다.

 최근 터키로 도피한 시리아 야당 인사들이 반체제 운동가들을 이끌 정치 조직인 국가과도위원회를 설립한 데 이어 군사 조직까지 태동하자 시리아에서도 리비아와 비슷한 ‘혁명’의 양상이 전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26일 “비무장 평화 시위가 주류를 이루던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으로부터 등을 돌린 군인들이 ‘자유시리아군’이라는 이름의 반정부 무장 세력을 조직했다”며 “이들은 1만 명 정도의 병력을 모아 12개 대대를 창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자유시리아군은 반정부 세력이 주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서부 도시 홈스와 터키 국경 인근의 자발 자위야 등에서 정부군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활동이 가장 활발한 홈스의 칼리드 빈 왈리드 부대는 병력이 최대 2000명 정도로 알려졌다. 이들은 반정부 시위대를 보호하는 동시에 북부 지역에 반정부 투쟁 근거지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투쟁하고 있다. 최종적으로는 국제사회를 움직여 비행금지구역 설정 등의 지원을 받은 뒤 알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하는 ‘리비아식 혁명 시나리오’도 꿈꾸고 있다.

 공군 출신으로 자유시리아군을 이끄는 리아드 아사드 장군은 “피를 흘리지 않고서는 정권을 교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권유와 종파 문제 등으로 알사드의 명령을 거부하고 군을 떠나는 군인이 점점 늘어날 것 ”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시리아 국민의 대다수는 수니파인 데 비해 알아사드 대통령과 추종 세력은 시아파의 분파인 알라위파에 속해 종파 갈등의 가능성이 있다. 유엔이 최근 집계한 반정부 시위대 사망자 숫자는 최소 2700명이다.

 서방 국가들은 경제제재 수위를 높이며 알아사드 대통령의 숨통을 조여 가고 있다. 이미 네 차례에 걸쳐 제재를 가한 유럽연합(EU)은 지난 2일 시리아 원유를 수입금지했다. 시리아는 러시아와 중국 쪽으로 판로를 뚫을 계획이지만 시리아산 원유의 95%를 EU 국가가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라 타격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지난달 1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지금이 물러날 때”라며 알아사드에게 직접적으로 퇴진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인권의 가치를 중시하는 지지층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던 아랍권도 아랍연맹 회의 등을 통해 시리아 정부에 민간인 학살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혈맹’인 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조차 지난 8일 언론 인터뷰에서 “결코 옳지 않은 폭력적 진압을 중단하고 야당과 대화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헤즈볼라 군사 조직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역시 시리아를 향해 빨리 정치 개혁안을 내놓으라고 요구하며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알아사드는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유지혜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