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투자 ABC] 라니냐 발생 우려에 곡물값 이상 징후 … 음식료주 주의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0면

이달 초 세계기상기구(WMO)는 라니냐(La Nina) 현상 발생 확률이 25%에서 50%로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에 다시 라니냐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라니냐는 미국 쪽 바다인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낮아지고, 동남아시아와 호주 쪽 바다인 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상승할 때 발생한다. 온도가 높아진 쪽은 대류가 활발해지면서 태풍과 폭우가 오고, 온도가 낮아진 쪽은 대류가 부족해져 가뭄이 발생한다. 태국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려 고무 가격이 폭등하고, 남미의 가뭄으로 옥수수와 대두가 폭등한 것은 이 때문이었다. 흥미로운 건 이달 초부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발표하는 대두(大豆)의 비상업(투기적) 순매수 포지션이 갑작스레 증가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밀도 들쭉날쭉하긴 하지만 순매도 포지션이 줄어가고 있고, 옥수수는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순매수 포지션이 증가하고 있다.

 물론 20~21일(현지시간) 열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농산물·금속·원유 등 상품가격이 올 상반기 고점에 닿은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2차 양적완화 중단이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벤 버냉키 미 연준 의장이 꺼내든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단기 채권은 팔고 장기 채권을 사는 정책) 전략은 양적완화에 버금가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아니다. 적극적 부양책을 기대했던 시장이 실망감을 드러내며 주가가 급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이 장기 금리를 적극적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만으로도 유동성 환경은 상당히 좋아질 수 있다.

 라니냐가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면 지난 2월 이후 농산물 가격 안정으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라간 음식료 주식의 힘은 약해질 수 있다. 농산물 가격 상승의 조짐이 아직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차원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정부의 물가통제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통상 라니냐와 엘니뇨의 판단 준거로 쓰는 ONI(Oceanic Nino Index) 지수는 아직 0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이 지수는 실제 일이 벌어진 뒤 다소 후행하는 경향이 있다. 기상 사진이나 얕은 해수면 온도의 변화(선행하는 경향이 높다) 등으로 미루어 보면 ONI 지수도 곧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