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정한 심판자’ 역할 강화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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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26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생발전을 위한 정책과제의 모색’ 세미나 참석자들이 최근 국정화두로 부상한 공생발전 방안과 정책방향을 놓고 토론하고 있다. 정부가 ‘공정한 심판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오종택 기자]


공평과 효율을 함께 살리는 공생발전은 어떻게 이룰 수 있을까. 23일 경제인문사회연구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공생발전을 위한 정책과제의 모색-정치·경제·사회적 접근’ 정책세미나 참석자들이 던진 질문이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성균관대 조준모(경제학) 교수는 “파이를 키우면서도 공평성이 개선돼 가는 것이 균형 잡힌 공생발전”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단순히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는 수준을 넘어 ‘공유가치(shared value)’를 통해 기업과 사회의 이익을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사회에 혜택을 주면 기업의 수익도 함께 증가한다는 게 공유가치 창출의 기본 개념”이라고 소개했다.

 예컨대 정보 서비스업체 톰슨로이터는 개도국에서 가난한 농부들에게 일기예보·농사정보·농작법 자문 제공 서비스를 한다. 요금은 분기당 5달러다. 업체도 수익을 얻지만 이용자의 60%는 이 서비스로 자신의 소득이 늘었다고 답했다. 또 식품업체 네슬레는 커피 재배지마다 재무·물류 기능을 담당할 업체 설립을 지원하고, 농부들에게 효율적인 재배기술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결과적으로 농민들의 소득도 늘고 네슬레의 생산성도 향상됐다.

 반면 대기업이 자사 근로자를 달래는 데만 신경 쓰고 그 비용을 협력업체에 전가하는 건 장기적으로 공유가치를 키우는 방법이 아니다. 궁극적으로 협력업체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불량률을 높여 자사에도 이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低)신뢰’가 초래한 사회적 고(高)비용 구조를 치유하는 차원에서도 공정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중앙대 신광영(사회학과) 교수는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불신이 증대하고 갈등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공정사회 구현은 저신뢰사회에서 고신뢰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시도”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서울시립대 이근식(경제학) 교수는 “정부는 ‘공정한 심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기업의 ‘경영 합리화’에 묻힌 공동체적 역할을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광영 교수는 “공정성을 핵심적인 목표로 하는 감사원·국세청 등의 기능과 역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언론과 시민단체의 비판과 감시도 강화돼야 한다”며 “하나의 주체가 아니라 상호 감시하고 통제하는 복수 주체의 기능 활성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윤호 중앙SUNDAY 사회에디터는 “공생을 위한다는 규제가 실제로는 목소리 큰 집단에만 유리하게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사회 전체적 공생가치와 일치하는지 꼭 따져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조민근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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