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MB, 비상한 각오로 위기관리 나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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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3년 만에 제2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고 있다. 외부 도전을 극복하려면 내부적으로 국민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구사해야 하는데 내부 응집력은 취임 이후 최저다.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청와대 수석이 검찰에 소환됐다. 정권의 이론가인 대통령의 오랜 측근도 비리 의혹에 휩싸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선거캠프 출신 다른 인사 수명도 사법처리를 받았다. 청와대에는 몸을 던져 정권의 하산(下山)을 지키겠다는 각오의 분위기는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주변엔 순장조(殉葬組)는 사라지고 탈출조만 남았다는 얘기도 있다.

 경제위기가 닥쳐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권과 국민이 단결하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 1997년 말 김대중 당선자는 취임도 하기 전에 외환위기 극복에 매진해야 했다. 그때는 대통령 지지율이 70%를 넘고 정권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최고조였다. 각종 게이트(gate)나 아들 비리가 터지기 전이었던 것이다. 정권은 깨끗하고 강력했으며 국민은 금 모으기로 화답했다. 그래서 세계가 놀랄 정도로 빠르고 짜임새 있게 외환위기를 이겨냈다.

 2008년10월의 금융위기도 상황은 비슷했다. 비록 그 해 여름 광우병 촛불사태로 힘이 다소 빠지긴 했지만 이명박 정권은 도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었다. 대통령 지지율은 50%를 넘었다. 정권은 내부 응집력을 바탕으로 OECD 국가 중 경제위기를 가장 선도적으로 극복하는 데에 성공했다. 이를 세계가 인정해 대통령은 G20 정상회의 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김대중 정권과 마찬가지로 1년차에 이명박 정권은 별다른 비리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2차 위기 앞에서 국민이 불안한 것은 정권의 사정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 정권은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크게 흔들리더니 잇따라 선거에서 패배했다. 급기야 측근 비리까지 겹쳐 레임덕(lame duck)의 계곡으로 추락하고 있다. 정권의 정치적 자산만 소진하는 게 아니다. 정권과 관계없어야 할 실무 관료집단도 응집력이 많이 빠지고 있다. 전력거래소의 사상 초유의 정전대란과 저축은행 감독기관에서 나타난 부실과 해이함은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이 대통령에게 남은 1년5개월은 너무나 중요한 시간이다. 서울시장 선거, 총선, 대선과 상관없이 경제위기 극복을 포함한 국정은 차질 없이 굴러가야 한다. 대통령은 작금의 상황을 경제비상으로 규정하고 당·정·청의 위기관리체제를 적극 지휘해야 한다. 비리와 관련해서는 특단의 사정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등잔 밑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대통령은 정권의 위기 속에 기회가 숨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구멍을 여기에서 막고 새로 물을 담으면 1년5개월은 저수지를 채우기에 충분한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