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회는 한·미 FTA 속히 비준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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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한 미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이르면 내달 중순께 미 의회가 비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로스레티넌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 의회에선 아무런 걸림돌이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 주 비준안을 의회에 제출하면 내달 13일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訪美)를 전후해 의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뿐 아니다. 미 의회는 지난 22일 비준안 처리에 필요한 최대 걸림돌도 치워 놓았다. FTA 때문에 실직하는 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무역조정지원(TAA)제도 연장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이 FTA이행법안을 제출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이처럼 미국은 착착 비준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해, 우리는 여전히 미로를 헤매고 있다. 열흘 전 비준안이 국회에 상정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직권 상정이란 점에서 아직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야당의 반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FTA와 무관한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FTA를 찬성했다는 게 공격 소재가 되었을 정도다. 미국은 비준안을 통과했지만 우리가 반대해 FTA가 물 건너간다면 이는 최악이다.

 재협상으로 우리가 불리해졌다는 야당의 주장도 근거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자동차업계가 왜 괜찮으니 빨리 처리해 달라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래도 FTA를 체결하는 것이 더 이익이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FTA가 더욱 절실하다. 경제가 더 어려워지면 미국이 보호주의로 돌아서는 건 시간문제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곧 바로 개방 압력을 받는다. 받을 건 하나도 못 받으면서 몽땅 내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1980년대 이후 10여 년간 우리가 미국에 얼마나 시달렸는지를 돌이켜보면 알 일이다. FTA는 이 같은 보호주의를 막기 위한 선제적인 대책이다. FTA를 정쟁의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 국익만 생각하면서 FTA 비준안을 신속하게 처리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