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독서치료로 두마리 토끼를 잡자

중앙일보

입력

[박민수 박사의 ‘9988234’ 시크릿]

독서로 살도 빼고, 학습 능력도 기르고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아이의 비만은 두뇌발달에 큰 문제를 일으킨다. 비만한 사람과 일반인의 뇌영상 사진을 비교하면, 비만한 사람의 뇌가 더 작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미국 뉴욕대학교 의대 안토니오 콘비트 박사팀은 MRI 촬영을 통해 뚱뚱한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에 비해 평균 8% 가량 뇌 크기가 작은 사실을 발견했다. 만약 뇌 성장기인 유소년기에 소아비만을 앓거나, 오랫동안 비만을 앓은 사람의 경우는 더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아이가 비만인 경우 뇌의 보상회로가 주로 음식 먹기로 강화되는 까닭에 아이의 학습능력 향상이나 건전한 학습은 더욱 힘들어진다. 비만한 아이들의 경우 불안감이나 우울, 짜증을 주로 음식으로 푸는데, 이럴 경우 뇌의 보상회로가 학업성취나 기타 신체활동으로 발달하는 정상적인 강화의 기회를 빼앗는다. 즉 다른 일에는 도통 흥미를 못 느끼고 먹는 것만 집요하게 밝히는 아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당연히 정상적인 뇌 발달은 기대할 수 없다. 비만은 이렇게 단지 몸을 뚱뚱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정상적인 뇌 성장이나 뇌 발달, 학습능력 신장까지도 막는 치명적인 질병인 것이다.

내 경험으로도 비만 어린이는 매우 산만하며, 집중력이 약하고, 과잉행동 경향도 강하다. 심한 경우는 심한 우울증, 자기 비하나 부정, 과잉행동 장애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래서 아이의 부모들로부터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고민을 자주 듣는다. 또 어떻게 하면 자기 아이의 학업능력 저하를 막거나 치료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털어놓는다.

이 모든 것들이 먹기중독이 아이들의 뇌를 점령한 탓이다. 따라서 음식이나 게임 등의 중독 늪에서 아이들을 도로 끄집어내는 것이 급선무로 부각된다. 물론 단번에 아이의 문제들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모든 일에는 정도와 순서가 있다. 우선 아이의 비만을 최대한 빨리 효과적으로 치료하라고 전한다.

이미 소아비만으로 융단폭격을 맞은 바 있는 미국의 경험을 참조하기 바란다. 우리 나라에서는 아이에게 식욕억제 침이나 식욕억제 보조제 같은 다소 위험한 방법으로 아이의 비만을 치료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위수술을 통한 과격한 방법까지 거론되기도 하지만, 외국에서 살다 오신 분들은 이런 한국의 진풍경은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왜냐 하면 서구에서는 이미 소아비만 치료의 정석은 체계적이고 자기주도성을 높이는 비만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상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정부 차원에서 주도한 비만 어린이를 상대로 한 체계적인 비만 교육으로 소아비만 증가율이 다소 주춤하고 있다는 희소식도 들려온다. 특히 미국은 학교에서 비만 교육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프로그램인 경우에는 무려 60분 수업을 20차시에 걸쳐 실시하는 커리큘럼도 있다. 소아비만에 관한 한 체계적인 비만 교육이 정답인 것이다.

소아비만치료의 철학은 아이들이 스스로 체중감량을 할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자기주도 다이어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이어트 관리 능력 교육, 영양 관리 교육, 식습관 교정 훈련, 심리 치료, 독서치료를 통한 다이어트 전 과정에 관한 이해력 증진과 같은 프로그램을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특화해 실시하는 것이 맞다. 자기주도비만치료는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도 걸리고 노력도 필요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치료 효과도 매우 높고, 환자와 부모의 만족도도 대단히 높은 편이다.

나는 향후 소아비만, 성조숙, 성장 장애 등의 문제를 겪는 아이들을 위한 독서치료 프로그램 개발에도 더욱 박차를 가하고, 소아비만 어린이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소아비만에 관한 한 독서치료의 효과는 매우 높다. 구미에서는 비만에 관한 한 독서치료의 효과가 이미 입증되고 있다.

주로 비만과 자신의 건강에 관한 내용을 읽고, 토론하고, 쓰는 일을 통해 자신의 비만과 건강에 대한 이해, 그리고 다이어트 의지 등을 제고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일정 정도의 독서 교육을 마치고 나면 아이들은 자신의 건강에 관해 더 신중하고 지혜롭게 생각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혹 여러분의 아이가 비만이라면 건강 관련 동화나 글을 읽혀보라고 권하고 싶다. 독후감, 자신의 건강에 관한 주제글 쓰기, 다이어트 일기나 건강에 관한 일기 쓰기 등을 곁들이면 효과는 배가된다. 이런 활동과 경험은 아이가 정상체중을 회복한 이후까지 이어져 학습능력 상승에도 효과를 줄 것이다. 독서로 살을 뺄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로우면서도 유익한 일임에 틀림없다.

독서치료(Bibliotheraphy)
독서치료는 서구에서는 일반화된 대체 치료수단이다. 우울증이나 각종 정서문제, 중독 치료에 효과가 크다. 다른 대체 치료에 비해 내담자의 자기주도성과 변화가능성 폭이 넓은 치료프로그램이기도 하다. 내담자가 갖고 있는 각종 심리적 상황에 적합한 매체(책, 기사, 노래가사, 영화, 연극, 뮤지컬)를 선정해 감상한 뒤 자신의 심리문제를 표현, 객관화, 자기 분석하는 치료 프로그램이다. 성인의 경우 정서불안이나 우울증, 알코올 중독과 같은 특정하고 심각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발달해 가면서 겪는 갈등이나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치료대상자로 포함될 수 있다. 본원에서도 비만 및 성장장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독서치료를 실시해 우수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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