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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혜경·라모어 듀오 리사이틀

중앙일보

입력

5년 만에 고국 무대에 선 소프라노 홍혜경씨는 더욱 깊고 넓어진 음악세계를 마음껏 선보였다.

압권은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그리운 시절은 가고'와 헨델의 '줄리어스 시저' 중 '괴로운 운명에 눈물이 넘쳐'.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성의 애달픈 마음을 섬세한 음색 변화와 표정에 담아낸 그의 아리아는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귀족 부인의 몸가짐처럼 우아하고 고결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에 가까운 매끄러운 연결은 마치 숨을 쉬지 않고 노래하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했다.

도니제티의 '돈 파스콸레' 에서는 음색도 바이올린이나 트럼펫처럼 화려했고 꽉찬 소리로 무대가 좁게 느껴졌다.

홍혜경이 메조소프라노 제니퍼 라모어와 함께 출연한 13일 듀오 리사이틀은 LG아트센터 개관기념 페스티벌의 하이라이트였다.

세계적인 성악가 2명이 한 무대에 선 것도 그렇지만 군더더기 없이 충실한 레퍼토리로 더욱 돋보였다.

2중창으로 들려준 들리브의 '라크메' 중 '가자 말리카여', 오펜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 중 '아름다운 밤, 사랑의 밤이여'에서 마치 강물 위에서 곤돌라 뱃사공이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포근하게 다가왔다.

치밀한 호흡과 빈틈없는 화음으로 빚어낸 음색은 강물에 비친 별빛처럼 맑게 반짝였다.

홍혜경이 컨트롤의 대가라면 제니퍼 라모어는 노력형의 엔터테이너였다.

이번 공연에서 국내 첫선을 보인 라모어는 관능적인 카르멘 역보다 카스트라토가 해냈던 남자 역할에 잘 어울리는 두텁고 힘있는 목소리였지만 로시니의 '세빌랴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목소리'를 부를 때는 애교넘치는 로지나 역을 잘 소화해냈다.

앙코르 곡이었던 코믹한 뮤지컬 넘버 '난 프리마돈나가 되고 싶어요'는 또다른 감흥이었다.

그의 세계적인 인기는 이런 노력의 결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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