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윤석민 보인다, 선동열만 해냈던 투수 4관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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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서 20년 만의 투수 4관왕 탄생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KIA의 윤석민이 2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시즌 17승(5패 1세이브)째를 따내 다승과 평균자책점(2.45)·탈삼진(178개)·승률(0.773) 1위를 굳게 지켰다. . [중앙포토]


프로야구 KIA의 에이스 윤석민(25)은 올 시즌을 앞두고 유니폼 등번호를 28번에서 21번으로 바꿔 달았다. 그는 “팀 우승을 위해 20승 이상, 더 나아가 등번호인 21보다 많은 승수를 올리고 싶다”고 했다.

 비록 20승 도달에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윤석민은 자신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 스스로도 “지금 이게 내 성적인가 싶어 얼떨떨하다”고 말할 정도다.

 윤석민이 20년 만의 투수 4관왕 등극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24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홈 경기에서 8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 시즌 17승(5패 1세이브)째를 수확했다. 다승과 평균자책점(2.45)·탈삼진(178개)·승률(0.773) 등 선발투수가 얻을 수 있는 네 개 타이틀에서 모두 1위를 지켰다. 투수 4관왕은 ‘국보’로 불렸던 선동열(당시 해태)만이 1989~91년 세 시즌 연속 달성한 대기록이다.

 2005년 야탑고를 나와 KIA에 입단한 윤석민은 2008년 14승을 따내며 정상급 오른손 투수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류현진(24·한화)과 김광현(23·SK) 등 왼손 투수들에게 가려 ‘1인자’란 칭호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데뷔 후 개인 타이틀은 2008년 평균자책점(2.33)이 유일했다.

 올해도 출발은 좋지 않았다. 구종의 다양화를 위해 변화구를 자주 던지다 4월 한 달간 1승1패 1세이브·평균자책점 5.64에 그쳤다. 곧바로 투구 패턴을 바꿨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힘 있는 직구와 140㎞대 중반의 고속 슬라이더를 자신 있게 뿌렸다. 5~7월 석 달간 8연승을 포함해 12승1패의 고공 행진을 했다. 경쟁자인 류현진(10승)과 김광현(4승)이 부상과 부진에 허덕이는 사이 각종 타이틀에서 독주 체제를 갖췄다.

 올 시즌 단 두 경기를 제외하고는 붙박이 선발로 기용된 것도 성적 상승에 도움을 줬다. 윤석민은 2009년 9승 7세이브를 올리는 등 그동안 팀 사정상 선발과 마무리를 오갔다. 그러나 올해는 27경기 중 25번을 선발로 등판했다.

 생애 첫 정규시즌 MVP(최우수선수)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윤석민은 “지금 성적을 끝까지 유지한다면 MVP에 대해 기대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한편 10월 6일 페넌트레이스 종료를 앞두고 포스트시즌에 나설 네 개 팀이 모두 확정됐다. 24일 SK와 KIA가 각각 LG와 두산을 꺾으면서 남은 경기에 상관 없이 삼성·롯데·SK·KIA가 가을잔치 티켓을 얻었다. LG는 9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이 좌절됐다. 3위와 4위가 맞붙는 준플레이오프는 10월 8일 개막할 예정이다.

 25일 경기에서는 삼성이 넥센을 7-0으로 누르고 정규시즌 우승 매직넘버를 1로 줄였다. 남은 9경기에서 1승만 거둬도 자력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6이닝 4피안타·8탈삼진·무실점으로 시즌 13승째를 따냈다. 삼성은 넥센과의 주말 3연전에서 한 점도 내주지 않아 역대 팀 최다 연속 경기 영봉승 타이 기록(3경기·통산 9번째)을 세웠다.

 ‘돌아온 에이스’들이 선발로 맞붙은 서울 잠실구장에서는 LG가 8회 말 상대 실책으로 두 점을 뽑아 SK에 4-3으로 이겼다. SK 김광현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2실점해 105일 만의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구원진의 난조로 승수 추가에 실패했다. 반면 6이닝 3실점한 LG 박현준은 팀 역전승으로 패전을 면했다. 6위 두산은 광주구장에서 KIA를 7-2로 제치고 5위 LG와의 승차를 1경기로 유지했다.

신화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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