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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를 축복으로 맞으려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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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

아이가 태어난 지 1년이 지나면 돌상을 차린다. 첫돌을 지내며 한 고비를 넘겼음을 축하하는 의미다. 아이에게 입히는 알록달록한 돌 복이나 돌상에 올리는 음식 하나에도 아기의 건강을 비는 부모의 마음이 담겨 있다. 백설기는 장수를 의미하고, 돌잡이로 실을 잡으면 오래 살 것이라 했다. 비단 돌잔치뿐만 아니라 대대로 전해지는 우리 풍습에는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의미가 많다.

 얼마 전 국민의식 조사에서 100세까지 산다는 것이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28.7%에 그친다는 보도가 있었다. 나머지 70% 이상은 100세까지 산다는 것이 그저 그렇거나 아니면 축복이 아니라고 답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인 것으로 알고 있었다. 기대수명이 짧고 힘들게 살아 왔던 시기에 무탈하게 장수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행복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장수하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부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장수시대에 다가올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거에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가 축복이었다면 이제는 ‘당당하게 오래 살기’가 축복이 아닐까 싶다. ‘당당하게 오래 살기’란 건강도 챙기면서 스스로 역할을 찾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있는 노년의 삶을 말한다. 뚜렷한 수입 없이 수십 년을 살아가는 장수가 이제는 축복일 수만은 없다.

 당당한 노년을 위해서는 재정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100세 장수가 축복이 아니라고 하는 70%의 국민은 아마도 이러한 노후 준비의 불안감을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지할 곳 없고 벌어놓은 돈도 없는 노년의 삶을 상상하기 싫기 때문일 것이다.

 노후 준비를 위한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연금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은 이미 오랜 기간 적용돼 상당 부분 정착했다. 그러나 여기에 하나 더 보태야 할 것이 퇴직연금이다. 퇴직연금은 최근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소사업장의 가입률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

 퇴직연금이 도입된 것은 노후 생활 재원을 마련하고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급여수준이나 기업복지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중소사업장 근로자는 퇴직연금과 같은 노후 준비가 더욱 중요하다. 직장을 옮기면서 받은 퇴직금은 다른 용도로 써버리기 쉽지만 퇴직연금은 개인계좌에 적립하면서 연금으로 받을 수 있어 노후를 대비하는 유용한 수단이 된다. 다가올 100세 시대가 축복이 되기 위해서는 은퇴 이후 계획을 착실하게 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신영철 근로복지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