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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냉키의 선택 옳지만 시장은 실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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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에릭 샤네

에릭 샤네 악사(AXA)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1일 “오퍼레이션 트위스트(트위스트 작전)는 시장을 실망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RB)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를 선택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는 질문에 답하면서다. 인터뷰는 실제 이 정책이 공식화되기 몇 시간 전에 진행됐다. 샤네의 예상은 적중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전날보다 283.82포인트(2.49%) 내린 1만1124.82에 거래를 마쳤다. 3차 양적완화에 가까운 적극적 부양책을 기대했던 시장의 실망감이 주가 급락으로 나타난 셈이다.

 그럼에도 샤네는 ‘버냉키의 선택’을 지지했다. 그는 “지금의 문제를 즉각 해결할 방법은 없다”며 “연준은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가계 부채가 너무 많은 건데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장기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프랑스 출신의 샤네는 1조 달러(약 1180조원·세계 5위)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악사그룹의 투자 전략 전반을 관장한다. 1997년부터 프랑스 재무장관에게 조언을 해주는 프랑스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의 칼럼니스트로도 활약하는 그는 지난달 글로벌 증시가 크게 요동치자 ‘세계 경제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글에서 그는 “주식을 내던지는 최근의 상황은 경제적·정치적 펀더멘털에 의해 정당화되지 않는다”며 “미국과 유럽의 경기침체는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혹 샤네의 생각이 변하지는 않았을까. 아니었다. 그는 “신흥국의 경제는 견조하며 일본은 경제회복 중”이라며 “지금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다르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원화 가치가 급격히 낮아져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은 물가와 경상수지 사이에서 정책적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경제성장을 위해 통화당국이 기준 금리를 내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성장 모멘텀이 강해 선진국으로의 수출 부진을 아시아 시장에서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다.”

- 그리스·포르투갈 등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17개국)을 탈퇴할 걸로 보나.

 “그리스 채무불이행 문제가 심각해진 건 맞다. 그리스가 새로 대출을 받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공무원 임금체불 등 사회 문제까지 커지면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유럽의 다른 엘리트 국가들이 또 다른 탈퇴국이 나오도록 두지는 않을 것이다.”

 -시베츠(CIVETS : 콜롬비아·인도네시아·베트남·이집트·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가 새로 주목받고 있다.

 “투자의 보상이 크면 위험도 크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이들 국가가 경제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통치 수준이 최적이 아니고 부패도 많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허진 기자

◆트위스트 작전(Operation Twist)=중앙은행이 단기 국채를 파는 대신 장기 국채를 사들여 장기 금리를 낮추는 정책. 통화량을 일정하게 유지해 물가 상승 압력은 줄이되 금리를 낮춰 경기부양 효과를 노릴 때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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