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 2000] 들소떼 이동할 땐 왜 안 막힐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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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의 교통체증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교통체증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비롯, 배기가스로 인한 대기오염이나 정신적 스트레스 등 그 폐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도로망 확충으로만 차량증가에 대비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따라서 선진국에서는 차량흐름에 따라 신호를 자동제어하는 첨단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아울러 유체역학과 통계물리학의 이론을 응용, 교통흐름을 원활히 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속도로에서 갑자기 차량이 밀리다가도 어느 시점에서는 잘 빠지기를 반복하는 현상은 카오스이론이나 상전이(相轉移) 이론으로 설명된다.

즉 차량속도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정체를 빚는 것은 수증기가 물로,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상전이현상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또 통계물리학자들은 차량 한대가 브레이크를 밟거나 차선을 바꾸는 등의 작은 변화가 수㎞의 먼 거리까지 전달되면서 차량 전체 흐름에 영향을 주는 원리를 컴퓨터 모의실험을 통해 밝혀낸 바 있다.수만마리의 새떼가 일제히 하늘을 날거나 아프리카 초원의 들소 무리들이 떼지어 뛰는 모습 역시 교통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동물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으면서도 빠르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원리를 잘 터득하면 수많은 차량의 행렬이 원활히 흐르게 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도로에서 모든 차량들의 속도가 일정한 상태에서 소통이 가장 잘 된다고 한다.그리고 차량속도가 급격히 감소하는 정체전환이 일어나지 않도록 ''임계값'' 이하로 차량들을 제어하면 교통체증을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까지는 정보통신.전자.컴퓨터 기술 등을 동원한 첨단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그러나 아무리 첨단 교통체계라 하더라도 운전자들이 기본적인 교통법규와 운전예절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런 효과가 없는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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