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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 성능 시험장’ 모터스포츠 휘젓는 한국타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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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가 올해 해외 모터 스포츠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일본 수퍼GT에서 우승·준우승을 기록하며 종합 3위에 올랐고 프랑스 ‘르망 24시간 레이스’ 준우승, 독일 뉘르부르크링 3전 경기에서 우승했다.

한국타이어가 10년간 꾸준하게 투자해온 해외 모터 스포츠에서 올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 회사가 후원하는 ‘한국 KTR 팀’이 지난달 21일 일본 스즈카 서킷에서 열린 일본 수퍼GT GT300클래스 결승에서 2위를 기록했다. 지난 5월 개막전 우승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23개 출전 팀 가운데 종합 3위다. 선두와 점수 차가 크지 않아 마지막 경기인 8전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하면 종합 우승도 노려볼 만하다. 이들이 사용하는 차량은 포르셰 911 GT3R로 한국타이어 VENTUS F200, Z207 모델을 장착한다.

 김세헌 브랜드 담당 상무는 “세계적인 팀들이 참가한 이번 경기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한국타이어의 기술력을 세계 시장에 입증했다”며 “기술개발의 원천인 모터 스포츠에 꾸준히 투자해 ‘글로벌 빅5’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타이어는 올해 1월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스(DTM)’ 공식 독점 타이어 업체로 선정됐다. 이어 프랑스 르망 내구 레이스 2전에서 준우승을 했다. 이어 독일 뉘르부르크링 3전에서 종합우승을 달성했다.

 모터 스포츠는 타이어에 요구되는 극한의 성능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험장이다. 자동차 업체는 물론 타이어 업체들도 모터 스포츠를 통해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타이어는 모터 스포츠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초고성능 타이어에 적용해 일반 타이어의 접지력을 향상시키기도 한다.

 이 회사는 경기장 날씨에 따라 세 가지 레이싱 타이어를 공급한다. 젖은 노면용 타이어인 ‘벤투스 Z207’은 배수 성능과 접지력의 균형을 최적화했다. 젖은 노면과 접지력 저하를 막기 위해 제동 성능이 뛰어난 고성능 실리카 컴파운드가 첨가됐다.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가 바로 이런 고성능 덕분이다. 마른 노면용 ‘벤투스 F200’은 타이어의 패턴(무늬)이 없는 슬릭(Slick) 제품이다. 마른 노면에서 최대의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노면 온도에 따라 하드·미디엄·소프트 타입이 있다. 비가 오락가락할 때는 타이어 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 이때 선택하는 것이 ‘벤투스 Z208’이다. 타이어 표면 디자인은 젖은 노면용 타이어와 거의 유사하지만, 홈이 깊지 않다.

 한국타이어는 1992년 레이싱 타이어인 Z2000 개발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모터 스포츠를 시작했다. 2000년에는 독일 F3, 스페인·영국 랠리에 참가하며 국제 모터 스포츠 무대에 데뷔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부터 드리프트 스쿨을 시작했다. 후륜구동 스포츠카 오너를 대상으로 이론 교육을 마친 뒤 전문강사와 함께 ▶원(圓) 선회 ▶ 8자 선회 ▶J턴 ▶S코너 연속 드리프트 같은 실전 교육을 한다. 또 등급별 승급 심사를 통해 상위로 승급되는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운영한다.

 한국타이어는 4개의 글로벌 지역본부와 20여 개의 해외지사, 5개의 국내외 생산시설, R&D 센터를 통해 전 세계 180여 개국에 타이어를 판매한다. 매출액 기준 세계 7위, 생산량 기준 5위다.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의 80% 이상이다.

김태진 기자

●수퍼GT

유럽의 FIT GT(수퍼카 월드 챔피언십), 독일의 DTM(독일 투어링카 챔피언십)과 함께 세계 3대 GT(그랜드 투어링)로 손꼽히는 일본 최고의 모터 스포츠 대회다. 경기당 5만 명의 관객이 참관하며 최다 차종, 최다 타이어 메이커가 참가한다. 레이싱 카는 출력에 따라 GT500과 GT300 두 그룹으로 나눠 동시에 경주한다. 특히 GT300 경기는 타이어의 성능이 승부에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해 타이어 메이커들 사이에 기술 경쟁이 치열하다.

“타이어 개발도 스피드 싸움

코스·날씨 일일이 고려해

경기 2~3주 전에 만들죠”

박한준 한국타이어 기술팀장

박한준 팀장


세계적인 타이어 업체들은 모터 스포츠를 2~3년 뒤 나올 타이어에 대한 선행 실험의 장으로 사용한다. 레이싱 전용 타이어는 1년 생산분을 미리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 않는다. 매번 코스가 다른 서킷에 맞게 경기 2~3주일 전에 개발한다. 이런 타이어를 바로 생산하고, 최단 시간(2~3일 내)에 경기장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물류 체계를 검증해볼 수 있는 기회다.

 한국타이어 박한준 모터 스포츠 기술팀장은 “모터 스포츠는 다양한 소재(컴파운드)를 신속하게 테스트해 볼 수 있는 시험장”이라며 “일본 수퍼GT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투입한 소재의 혼합비에 따른 성능을 불과 한 달 안에 신속하게 검증할 수 있어 이를 토대로 고성능 타이어의 성능 향상에 접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일본 수퍼GT나 독일 24시간 내구 레이싱을 통해 고성능 타이어 개발과 양산 능력, 물류에 대한 기술과 노하우를 쌓고 있다.

  -레이싱 타이어 개발이 일반 타이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레이싱 타이어와 일반 타이어는 내구성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단기간(보통 서킷 레이싱의 경우 약 150㎞ 주행 후 교환) 동안 사용하는 레이싱 타이어와 2~3년 동안 꾸준히 사용하는 일반 타이어가 다른 것은 분명하다. 내구성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고속에서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는 타이어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레이싱을 통해 축적된 기술력을 초고성능(UHP) 타이어 개발 등에 적극 활용한다.”

 -레이싱 타이어 기술력은 어떤 수준인가.

 “레이싱 타이어는 세계 유수의 업체와 견줘도 손색이 없다. 물론 100년 가까운 역사 속에 수많은 경험을 통해 데이터를 축적한 선진 업체(미슐랭·브리지스톤 등)가 있다. 이들과 미묘한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경기장에서 큰 차이점은 느낄 수 없다는 게 전문 드라이버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한국타이어는 비가 내릴 때 사용하는 웨트(Wet) 타이어 성능에선 최고 수준이다. 이런 기술력으로 3년 연속 포디엄(3위 이내 입상)을 달성했다. 올해 독일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입상하며 내구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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