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위안룽핑 두 핑 덕에 중국인 배불리 먹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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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량을 늘린 잡종 벼를 개발한 위안룽핑 원사가 재배 중인 벼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81세의 중국인 농학자가 식량 증산이라는 필생의 목표를 위해 51년째 도전을 계속하고 있다. 그는 35년 전 수확량을 획기적으로 늘린 잡종 벼를 개발해 13억 중국인의 식량 해결에 크게 기여했다. 이제 그는 70억 명으로 급증한 지구촌의 기아 해결을 위해 노하우도 전수하고 있다. 주인공은 ‘중국 잡교(雜交·잡종교배) 벼의 아버지’로 불리는 중국공정원 위안룽핑(袁隆平·원융평) 원사.

 중국 언론들은 20일 위안 원사가 개발한 잡교 벼(DH2525호)를 재배해 한국의 논 한 마지기에 해당하는 1무(畝·666㎡) 당 926㎏의 벼를 최근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지난해 세운 840㎏을 돌파한 세계 최고 기록이다. 후난(湖南)성 농업과학원은 농업부 산하 중국수도(水稻·벼)연구소 및 주요 대학 전문가들의 현장 검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전날 공식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위안 원사는 후난성 룽후이(隆回)현 레이펑(雷鋒)촌의 시험 재배지역 7만여㎡에 자신이 개발한 잡교 벼 DH2525호를 심었다. 수확기를 맞아 생산량 검증을 위해 파견된 전문가들은 벼를 수확한 결과 926㎏의 평균 생산량을 산출해냈다. 한국은 풍년이었던 2009년의 경우 666㎡당 생산량이 도정된 쌀 기준 359㎏으로, 도정하기 전이면 720~730㎏ 정도로 추산할 수 있다.

 위안 원사는 “우수한 잡교 벼를 뿌리고, 병해충 관리를 철저히 했으며, 토질을 높이기 위해 맞춤형 비료를 뿌린 것이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에서 666㎡당 벼 생산량이 900㎏의 관문을 돌파한 것은 2002년 후난성 룽산(龍山)현에서 666㎡ 당 817㎏을 생산한 지 9년 만이다. 1970년대 초까지만해도 600㎏에 머물렀다. 그러나 76년 위안 원사가 개발한 잡교 벼를 보급하면서 99년에는 700㎏ 선을 처음 돌파했고 이번에 35년 만에 900㎏을 돌파한 것이다. 위안 원사는 “아직도 갈 길이 남았다”며 도전을 계속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2020년쯤 666㎡당 1000㎏의 소출을 올리겠다는 것이다.

 1953년 시난(西南)대학 농학과를 졸업한 그는 60년 후난성 안장(安江)농업학교에서 연구 중 우연히 천연 잡교 벼를 발견하면서 벼 품종 개발에 일생을 바치기로 뜻을 세웠고 51년간 한길을 걸어오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인들이 원바오(溫飽·배부름) 단계에 도달하자 민간에서 유행한 말이 있다. 민중들은 “우리가 배불리 먹게 된 것은 ‘두 명의 핑(平)’ 덕분이다. 한 명은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이고, 다른 한 명은 품종 개발로 쌀 생산량을 늘린 위안룽핑이다”라며 위안 원사를 칭송한 일화가 유명하다.

 위안 원사는 자신이 개발한 잡교 벼를 인도·베트남 등지에 전파해 현지의 식량 증산에 기여하고 있다. 그를 찾아오는 지구촌의 가난한 나라 농업 전문가들에게 경험도 전수하고 있다.

그는 “내가 개발한 잡교 벼는 세계 각지에서 재배가 가능하다”며 “잡교 벼 재배 면적을 7500만㏊만 늘려도 1억5000만t의 증산이 가능해 45억 명의 식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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