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러브' 바이러스 특별수사반 구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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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법무부는 10일 `러브'' 바이러스 사건 수사를 위해 검사들로 구성된 특별수사반을 구성하는 한편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는 레오멜 라모네스(27)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아르테미오 투퀘로 법무장관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라모네스를 출국금지자 명단에 올리라는 명령을 이민국에 하달했다"면서 "이는 추가 증거 확보와 신속한 수사 진행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라모네스는 9일 경찰에 체포돼 수시간 동안 심문을 받았으나 검찰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조건부 석방 조치를 내렸다.

검찰은 오는 19일 라모네스를 소환, 추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며 러브 바이러스를 제조, 배포한 혐의가 확인될 경우 접속장비법 위반혐의로 기소할 계획이다.

접속장비법은 컴퓨터 장비 등의 접속에 필요한 비밀번호, 암호, 계좌번호 등을 관할하는 법률로 위반시 최고 징역 20년형이 선고될 수 있다.

투퀘로 법무장관은 또 필리핀에는 사이버 범죄를 다루는 법률이 없기 때문에 라모네스 케이스의 예비 조사를 위해 다수의 검사들로 구성된 특별수사반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사들에게 기존 법령 가운데 이번 사건에 적용 가능한 조항을 찾아낼 것을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수사국(NBI)은 라모네스가 수학했던 AMA 컴퓨터 대학 출신 컴퓨터 전문가 10명을 체포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거 작전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카를로스 카바이 NBI 부국장은 러브 바이러스를 유포하는데 이용된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체로부터 10명의 용의자가 사용한 이용자 코드가 제출됐다면서 이들을 검거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활동하고 있는 컴퓨터 보안 전문가 제임스 애트킨슨은 라모네스가 진범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정보국(CIA) 요원 출신인 그는 러브 바이러스의 발생지를 추적한 결과 라모네스의 아파트가 위치한 마닐라 교외 판다칸 인근에 거주하고 있던 마이클 굴람이라는 인물이 바이러스를 유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AMA 컴퓨터 대학 당국은 오넬 데 구스만이란 학생이 졸업 논문 제안서에서 러브 바이러스와 거의 유사한 바이러스 제조 프로그램을 제출했으나 `불법적인 프로그램''은 논문이 될 수 없다는 판정이 내려진 적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학생은 그러나 현재 행방불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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